반값이면 먹을만 하지.
나는 7,500원짜리 샌드위치를 사 먹는 사람이 아니다.
셀라디 매장 앞을 여러 번 지나간 적은 있다. 저기서는 뭘 팔까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 본 적은 없다.
샌드위치는 결국 빵, 야채, 소스, 그리고 고기의 조합일 것이다. 그걸 굳이 7,500원을 주고 사 먹어야 할 이유를 나는 찾지 못했다.
시중의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가격에는 이유가 있다.
서비스 비용이 있고, 매장을 유지하는 비용이 있고, 그 공간에 머물며 먹을 수 있는 자리의 값이 있고,
조리하는 사람의 노동이 있다.
그 모든 것을 합치면 7,500원이라는 가격은 오히려 저렴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이 나에게 필요 없을 뿐이다.
나는 매장에서 먹을 공간도 필요 없고, 서비스도 필요 없다. 특별한 레시피도 필요 없다.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은 단지 재료의 가격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계산을 한다. 서비스 비용을 빼고, 공간 비용을 빼고, 브랜드의 이름값을 빼고 나면 마지막에 남는 것은 원재료 가격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외식을 하지 않는다.
궁금하지도 않다.
야채 맛이고, 소스 맛이고, 빵 맛일 테니까.
그런데 당근에서 셀라디 할인권을 하나 샀다.
3,500원을 깎아주는 쿠폰인데 가격은 500원이었다.
그걸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건 한 번 먹어보라는 표시 같네.’
7,500원짜리 샌드위치는 사 먹지 않지만, 4,500원 정도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그 정도라면 억울하지 않은 가격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처음으로 셀라디 매장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매장은 매우 좁았다. 테이블은 두 개밖에 없었다. 키오스크가 앞에 있었고 한 여자가 주문을 하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서 내 차례가 왔다.
쿠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서 주인의 도움을 받았다.
동그란 샌드위치를 하나 받아 들고 나왔다.
어두운 영화관에 들어가서 조용히 먹었다.
야채가 무엇이 들어가 있는지, 소스는 어떤 색깔인지, 그런 것은 보이지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둠속에서 화면을 보며 먹었다.
어둠 속에서는 무엇인가를 먹는 일이 그리 즐겁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어쩌면 음식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빛과 공간과 시간 속에서 먹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날 샌드위치를 먹었지만 어떤 맛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는 기억난다.
어둠 속에서 먹는 음식은 생각보다 별로라는 것.
영화가 별로여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삼악도는 돼지머리와 피와 음산함과 집단 사망의 영화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샌드위치가 맛있었어도 맛이 있을 수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