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있던 사람
십 년 전쯤 나는 한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거의 죽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작은 체구에 커다란 눈만 깜빡이는 사람.
모임에서 그 사람에게 물었다.
“너는 여기에 왜 온 거야?”
그 사람은 말했다.
“살려고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더 이상 아무 질문도 할 수 없었다.
그 모임은 골든키라는 힐링센터에서였다.
나는 그곳에서 밥을 하고 청소를 하는 사람으로 구석에 몸을 담고 있었다.
사실은 나도 그곳에 끼어 있고 싶어서 없는 자리를 만들어 들어간 것이었다.
그곳에는 살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내고 들어온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이 늘 조금 어이없었다.
사람이 얼마나 다급하면 이런 곳에까지 와서 이렇게 절대적인 기대를 걸게 되는 것일까.
그 사람과 나는 그렇게 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차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했다.
그 사람은 끝없이 질문했고 나는 끝없이 이야기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 사람의 손을 잡고 어두운 동굴을 걷고 있었던 것 같다.
등불도 없이.
그 사람은 자기 감정의 단추를 찾지 못한 사람이었고 나는 그 단추를 찾는 길을
조금 먼저 지나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길을 알고 있었다.
절망 속에서 희망으로 걸어가는 길.
그 동굴을 거의 벗어날 즈음 그 사람은 달라졌다.
더 이상 죽어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나에게는 불쾌하게 느껴졌다.
나에 대한 존중이 없다고 느껴졌고 나는 그 불쾌감을 오래 참다가 결국 폭력으로 폭발했다.
그 마지막 장면은 나의 폭행으로 끝났다.
아주 부끄러운 일이다.
그날 이후 그 관계는 끝났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나는 그 사람을 빛으로 가는 길로 안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관계가 끝난 뒤에야 알았다.
그 사람이 나를 빛나게 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 사람은 거의 빛이 없는 상태에 있었고 그 어둠 속에서 내가 가진 작은 반딧불 같은 빛이
엄청나게 눈부시게 보였던 것이다.
내 평생 내 존재가 그렇게 빛났던 순간은 없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조금 헷갈린다.
나는 지금까지 반짝이는 사람을 찾고 다닌 것일까.
아니면 내가 빛날 수 있는 자리를 찾고 다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