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유가 필요한가
어둡고 긴 복도 끝에 나는 앉아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네모난 방 안에 있다.
네모난 창문 아래 의자를 놓고 올라서 바깥을 바라본다.
멀리 아이들이 놀고 있다.
해가 저물도록 의자 위에 서서 창밖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는 홍역을 앓고 있는 것 같다.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혼자 고열에 시달리며 창밖을 바라보던 나.
아팠던 기억은 없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네모난 방 안에서 네모난 창문에 매달려 있던 아이.
가족은 언제 돌아왔는지 기억에 없다.
왜 그 장면만 사진처럼 남아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때의 감정도 기억에 없고 소리도 냄새도 없다.
혼자 있었다는 기억. 갇혀 있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다.
그 이전의 장면도 이후의 장면도 없이 덜렁 액자처럼 남아 있는 그 장면.
떠올리면 설명 없이 가슴이 후끈해지고 미열이 번지는 듯 혼미해진다.
그때도 울지 못했고 지금도 울지 못한다.
울음이 가슴속 가득하게 출렁거리지만 결코 눈물은 눈을 벗어나지 않는다.
순간은 기억속에 박제되어 영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