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는 행동 4

이유가 있었네...

by 정오의 햇빛

나는 아직도 허락을 기다린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일어나지 못한 채 이불 속에서 눈만 껌벅인다.

일어나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일어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일어나도 되는 건지 일어나기 싫은 건지 구분할 수 없다.

일어나지 않으면 곤란해지는 순간이 다가온다.

지금쯤은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기다린다.


아.

그렇다.

나는 뭔가를 미리 준비하고 기다린 적이 없다.

꼭 필요한 시간에 꼭 필요한 일을 시작한다.

누구도 정한 적 없는 시간을 지키느라 기다린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오늘 처음으로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시간이 되어야 움직일 수 있었던 것 같다.

허용되는 시간을 기다리는 나.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졸음에 시달리면서도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나.

나는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의 지시와 명령에 의해서 살아가고 있었다.

습관인 줄 알았고 나의 취향인 줄 알았는데 어딘가에 프로그래밍된 코드대로 살고 있다.


그럼 이제 그 프로그램을 치워버릴 수 있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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