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는 행동 2

by 정오의 햇빛

아.

이유 없이 나가지 못하는 것은 나가도 된다는 암묵적인 허용이 없어서였구나.

그것은 꼭 필요한 약속이거나 요구이거나 의미 있는 호출일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초자아의 허용이 필요한 일이었구나.

아직도 나를 통제하고 있는 것은 사라진 지 오래된 권위 있는 존재의 그림자라니.


어둡고 긴 복도 끝에 나를 앉혀놓고 사라진 사람.

“여기에 있어.”

그 한마디에 밤이 새도록 기다렸던 기억.

실제인지 환상인지 구별할 수도 없는 기억은 항상 또렷하게 떠오른다.

하꼬방 동네에 불이 나서 모두 정신이 없었을 그때 누군가의 손에 붙들려 안전한 곳에 놓여졌던 나.

어떻게 다시 가족에게 돌아갔는지는 기억에도 없는데 어두운 복도 끝에 놓여진 기억만 생생하다.


시간은 멈춘 듯했고 아우성의 소리도 사라진 적막했던 그곳.

설명은 없었고 나는 묻지 않았다.

하라는 대로 하는 것만이 나의 최선이었던 시절.

지금도 나는 묻지 않는다.


때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될 일이니까.

때가 되어도 모르는 일은 몰라도 되는 일이니까.

물어서 알 수 있는 것은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니다.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연습을 한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일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은 것을 듣고 보지 않은 것을 보고 듣지 못한 것을 듣는 것.


느낌이다.

때로는 오감보다 육감이 먼저 도착한다.

오류가 많을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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