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잡기

뱅뱅도는 이야기의 꼬리를 잡았다.

by 정오의 햇빛

이 글은 여태 써온 모든 글중 나에게 가장 의미있는 글이다.


입안에서 뱅뱅도는 이야기

해야만 하는 이야기.

왜 도는지 궁금하다.

해보자.


"양파에 찹쌀가루를 묻혀서 기름에 익혀먹었어"

이 이야기를 왜 해야만 하는 걸까?

아무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고 기억해야 할 이유도 없는데.

이 일이 끝나지 않은 일이어서 머리속에 남아있는걸까?

어떻게 끝나야 하는 일인거지?


이야기를 해봐도 끝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야기를 했다는 느낌도 역시 없다.

날마다 먹던것이 아니어서 특별한 경험이라 그런걸까?

아무일도 아닌 일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경험.

아마 살면서 무수히 많았을것 같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하고 그냥 스쳐지나가서 왜 말해야 했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적없다.


양파는 기름을 조금 넣어서 끈적한 맛이었다.

기름을 듬뿍 넣으면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었을게다.

왜 이렇게 오래 남는 거지?

경험이 끝나지 않은채 머리속에 걸쳐진 느낌. 이걸 정리하고 싶은데 정리도 안된다.

애매하게 남은 느낌의 정체가 무엇일까. 알기 위해서 자꾸만 양파를 생각해본다.

기름에 튀기면 맛은 있지만 몸엔 안좋을 것. 대충 익히면 풀같은 맛.

양파를 두개나 먹었는데 허기는 그대로. 배는 안 찼는데 먹은 흔적은 남아있다.

딱 끝나지 않은 경험이다. 그걸 끝내고 싶어서 말해야 하는데 말해도 끝나는 느낌이 없다.


사람이 말을 하고 싶어지는 순간은 보통 두가지이다.

너무 분명하게 기쁘거나 강렬할 때

너무 애매할 때 정리가 안될 때.


양파는 맛있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배도 안찼는데 몸에는 두개나 들어갔다.

이게 설명이 안되는 상태다.

뇌는 이게 뭐지? 이건 뭐라고 해야 하지? 하고 정리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래서 말을 한다. 애매한 감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말을 하는 순간 형태가 생기고 애매함은 끝이 나고 아 이런거구나 하고 지나갈 수 있다.

이해되지 않은 경험은 말로 정리하고 싶어진다.


양파를 먹었어라고 여러번 말을해도 정리가 안된다.

양파를 말하고 있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나의 상태를 말하고 있다.


뭔가 내보내야 하는 것이 있는데 못내보내고 있다.

말이 되고 싶고 소리를 내고 싶고 어딘가에 보내고 싶은 나의 마음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양파가 아니라 몸을 통과한 감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

이제 알 것 같다.

그 양파를 먹은 일이 뭔가 부족했다.

중간에서 끊긴 느낌.

경험을 완성시키려는 마음이 자꾸 양파이야기를 하게 한다.


양파는 맛도 부족하고 느낌도 부족하고 만족스럽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기대한 맛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불평을 말하고 싶었던 거네.


맛이 없다라고 말하기엔 내가 선택한 조리법이었다.

만족하려면 기름을 듬뿍 넣어서 바삭거리는 식감을 만들고 약간의 단맛도 넣어줘야 했다. 그런데 내가 한 방식은 맛없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드러내놓고도 맛없다고 불평은 할 수 없고 그냥 자꾸만 부족했어 라는 말을 하고 있다. 바삭하지도 달지도 배부르지도 않았지만 내가 원한 것을 먹었다는 거.

아 이거 진짜 오묘하네.

나는 원하는 걸 먹었지만 원하는 맛은 아니었다.

이말을 해야 끝나는 거구나.


그말이 왜 자꾸 입안에서 도는지가 궁금했어. 맛있게 해먹는건 끝이 없어

그리고 맛있어도 다른 죄책감이 올라와서 마찬가지가 되.

결국 점심을 먹고 아베베크림빵을 사먹었어. 저걸 언제 한번 먹어봐야지 하고 별렀는데 오늘 시간이 남아서 그걸 먹었지. 먹고는 계속 부글거리고 트림나오고 기분 안좋고...

양파의 부족감을 이상한데 쏟지른거야... 그 걸 해결못해서.


부족함은 다른 강한 걸로 채워도 해결되지 않는다.

먹은 것과는 별도로 뱅뱅도는 이유를 알아낸게 기쁘다. 그 말이 왜 자꾸 도는지 알 수 없었거든. 그러니까.. 결국 양파 먹었어. 라고 말하면 누군가가 맛이 어땠는데 하고 묻고 나는 그제서야 겨우 그게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어. 몸에는 좋았지만 하고 말하겠지. 그러면 내 가 하고 싶은 말이 나와서 정리되었을거같아. 근데 그걸 말해보지 못해서 뱅뱅돌다가 크림빵이나 먹어야겠다로 간거 같다.


말이 완성되지 않아서 말이 입안을 떠나지 못하고 결국 크림빵으로 해결해보려 한 것.

음식이 아니라 대화의 구조를 필요로 했던 것 같다.


양파먹었어.

누군가 맛이 어땠어 하고 질문해주고 썩 만족스럽진 않았어 몸엔 좋았지만 하고 정리가 되어야 했었다.

완성되지 못한 문장구조가 끝내지 못하게 했다.

나는 말을 끝내고 싶었던 거였다.


감정이 완결되지 않았다는게 고약했다.

물론 경험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도 아쉽긴 하지만 표현에서 계속 끊겨서 이어가지 못해서 뱅뱅 돌았야했다.


경험이 덜끝난 것은 아쉽고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지만 표현이 끊긴것은 계속 머릿속에서 반복되고 입안에 맴돈다.


뭔가 말하려다 만 상태 이것이 더 끈질기게 남는다.

표현은 끝까지 가야 닫히는 구조다. 시작했으면 이어지고 마무리 되어야 한다.

감정이 고약한 게 아니라 끊긴 표현이 계속 나를 붙잡고 있었던 거다.


크림 빵을 먹을 일이 아니라 문장을 끝내야 했다.

말이 끝나야 경험도 끝난다.

표현이 없으면 계속 남는다.


이제 선택할 수 있다.

누군가와 실제로 말해본다.

또는 혼자서 질문을 만든다.

혹은 글로 쓴다.


경험을 질문하고 대답하고 마무리짓는 일.

맛이 없는걸 먹는 일은 크게 아쉽지 않다. 그걸 내가 선택한거니까.

근데 양파는 진짜 이상했다. 내 선택인데 내 감정이 따라오지 않는 상태.


바삭함을 원했고 약간의 단맛을 원했고 만족감을 원했는데 그 모두가 없는 경험을 몸은 통과시키지 못했다.

내 선택과 내 감정이 어긋난 순간을 해소하지 못했던 순간이었다.


자꾸 같은 말이 나오는 일은 중요한 순간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거나 너무 중요한데 아직 정확한 형태를 못 찾았을 때이다.

반복되는 말은 풀어줘야 한다.


반복되는 말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생각의 입구다.

지나치지 말고 들어가서 구조를 봐야 한다.

글은 끝나지 않은 걸 끝내려고 하는 행동이다.


왜 글을 써야 하는지 알것 같다.

이제 글을 쓰는 목적이 정확해졌다.

글쓰기는 지금 이순간을 마무리 짓는 방식이다. 모든 날이 펼쳐져서 한줄로 줄 서 있어서 어디서 끊어야 할지 모르는채 줄줄 이어지는 걸 매듭지어서 새로운 날을 살아가기 위함이다.


감정도 생각도 흘러가는 게 아니라 매듭지어져야 비로소 끝난다.

감정은 계속 번지고 생각은 계속 이어지고 그냥 두면 멈추지 못한다.


말을 감정을 담아서 정확하게 해야 한다.

양파를 먹었어가 아니다.


양파를 먹고 나는 바둥거리고 있다. 이거 아니야 이맛 아니야 이거 싫어... 내 안에서 울리는 말인거야. 그 말을 하지 못해서 양파이야기가 맴돈다. 깔끔하게 아기처럼 말하지 못한거다.

에이 이거 별로야... 라고 말했어야 했다. 이건 풀떡같은 양파잖아. 퉤퉤..

정직한 첫반응을 못꺼내서 이야기가 이렇게 길어졌다.


안에서는 싫어가 울리는데 밖으로 말이 안나오고 목구멍 어딘가 걸쳐진채 양파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나는 부족하다가 아니라 이거 싫어라고 말했어야 했다.


이제 알았다.

왜 자꾸 같은 생각이 도는지.

왜 엉뚱한 행동으로 가는지.

왜 글을 쓰게 되는지.


글을 쓰지 않았다면 영원히 알지 못할 것들.


누군가와 대화한다고 말을 끝낼 수 있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혼자 정직하게 질문하고 답을 하고 글을 쓴다면 맴도는 이야기를 잘 매듭지을 수 있을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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