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6

이젠 마주해야 할 시간.

by 정오의 햇빛

나는 가만히 있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는 시간.

단 5분이라도 좋다. 그 시간을 삶 안으로 가져와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생각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대부분 내가 만나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움직인다.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샤워를 하고 운동을 한다.

그래도 부족하면 유튜브를 보고 누군가와 긴 통화를 한다.

나는 바쁜 것이 아니라 나를 피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말하는 “열심히 산다”는 것도 어쩌면 열심히 도망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대화하고 싶다.
나와 대화가 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 마음조차도 더 효과적으로 나를 피하기 위한 방식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상한 일이 생긴다.

도망칠 수 없는 사람을 만나면 불편해진다.

도망칠 수 없는 대화를 하게 되면 재미가 없다.

재미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는데 그 자리에 붙잡혀 있는 느낌.

그건 내가 원했던 만남이 아니다.

나는 계속 도망친다.

그리고 간신히 나를 피하는 데 성공하면 안도한다.

그게 과연 좋은 걸까. 다행스러운 일일까.


그렇다면 왜 나를 마주해야 하는 걸까.

아마도 도망치는 삶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가도 나는 나를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마주하지 않은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조용해질 때마다 다시 올라온다.


그래서 가만히 있는 시간은 나를 괴롭히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도망칠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을 연습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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