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소소한 행복 20가지

아프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일들에 대하여

by Lisa J

"모양이 좋지 않네요. 어쩌면, 혹시 모르니 추가검사를 해봅시다."


그리고......

결과는 암이었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잠시 두려움이 스치고 지나갔으나 반쯤은 예상했던 터라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과는 다르게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마주 잡은 두 손은 차갑게 느껴졌다.

아주 잠깐 '나는 참 살았다. 딱히 억울하거나 슬픈 일은 없었다. 아빠를 고이 잘 보내드렸고 아이들은 잘 컸으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다.

초기암이라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설사 뭔가 잘못된다 해도 크게 나쁘지 않을 상황이야'라는 것까지 생각에 미치자 마음의 평안이 찾아왔다.


수술은 잘 마쳤고 충분히 쉬는 동안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내게 주어진 시간에 감사했고 먹고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행복으로 다가왔다.

언젠가 행복은 상대방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어야 한다고 쓴 적이 있다.

그래야 여러 번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며 누군가와 헤어진다 해도 내 안의 행복을 뺏기지 않는다고 말이다.

내가 느끼는 소소한 행복에 대해 적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혹 당신에게는 없다고 생각한 행복이 나열한 것 중 한 가지라도 있으면 어떨까, 그리고 그 기분 때문에 설핏 지나가는 감정이라도 당신이 미소 짓고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행복은 상대적인 감정이라 내가 느낀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행복이 아닐 수 있겠지만. 아래 한 가지라도 행복한 감정이 든다면, 또는 다른 행복한 일이라도 떠올랐다면 그 또한 보람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무더운 여름을 지나 긴팔을 꺼내 입는 첫 아침 차가운 공기. 일어나기 싫어 이불을 끝까지 뒤집어쓰는 일.

스웨터나 가디건을 첫 개시할 때의 기쁨이란!

2. 내가 좋아하는 과일이 시즌이 되어 판매하기 시작할 때, 과일 가게에서 발견하는 순간 기쁘다.

최근 초당옥수수나 자두를 발견했을 때의 내 기분!

3. 단골 옷가게에 구경을 갔는데 이런 예쁜 옷이 너무 많다. 두근두근 설레는 기분으로 몇 가지 라인업 중 최종 선택을 했을 때. 그 옷을 입고 외출할 때 몇 번은 더 행복하다.

4. 내년 다이어리를 선택하고 휴일과 각종 기념일을 체크할 때.

5. 우리 집 강아지 쩡이가 한없이 내 눈을 맞추고 안을 때 그 따뜻함.

6.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

그리고 충분히 수다 떨다 돌아오는 길의 마음 벅찬 감동.

7. 도서관에서 책을 구경할 때. 분위기만으로도 최고만 마음에 드는 책한 권을 빌려 나올 때 든든한 마음이 좋다.

8. 커피숍에 들어설 때 밀려오는 짙은 커피향기.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케이크 한 조각이면 더 부러울 것이 없다.

9. 분위기 좋은 노래. 요즘 너무 좋다 힐링되는 쏘울 곡이 있다. 뒤늦게 꽂힌 Creep_radiohead

10. 비 오는 날 집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 빗소리를 들으며 낮잠까지 잤다면 완전 행운이다.

11. 예쁜 크리스마스 트리, 캐롤이 울려 퍼지는 상점들. 시내 한복판에 서면 밀려드는 감정. 언제나 12월은 행복하다.

장하다. 나는 1년을 또 잘 살았다 하는 안도감은 덤.

12. 좋아하는 친구, 가족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상대방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일. 스스로 뿌듯하달까.

13. 이올린 연주. 합주할 때의 기쁨이란. 다른 사람들 연주가 90프로 이상을 차지해도 내 것이 되는 것 같은 느낌.

아이러니하게도 새 악보를 받아 들고 초견연주할 때 가장 설렌다.

14. 브런치식당이나 카페테라스 자리에 앉아 초록초록 풍경을 볼 때. 파란 하늘까지 더해 몽글몽글 내 마음이 구름이 된다.

15.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 기다리던 뮤지컬 공연을 보는 일. 눈과 귀가 즐겁고 마음까지 풍요롭게 해주는 시간.

16. 여행을 앞두고 여행계획을 세울 때의 기쁨! 극 j인 나는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설렐 때가 많다.

17. 금요일 아침. 출근길부터 기분이 좋다. 오늘 내게 주어진 불금 포함 2박 3일의 주말 시작! 기쁨은 늘 전야제부터 시작이니.

18. 가끔 사는 로또. 당첨금으로 뭘 할까 하는 상상은 상상만으로도 너무 즐겁지.

19. 학교에서, 집에서 아이들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나만의 개인적인 자부심?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질 거야 하는 희망.

20. 분위기 좋은 스탠드 불빛 아래 아로마 향초를 맡으며 글을 쓰는 일. 또각또각 들리는 타자소리까지 더해져 또 하나의 소소한 행복이 된다.


글을 쓸 때 참 행복다.

그리고 누군가 이 글을 읽고 한 명쯤 미소 짓기를.

오늘 따뜻하기를.

매 순간 스스로 소중한 사람임을 잊지 않기를.

모든 날들이 축복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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