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글을 쓰고 싶은 순간이 있다
글을 쓰는 이유
누구나 글을 쓰고 싶은 순간이 있다,
고백하건대 내 영감의 최고치는 운전할 때다. 혼자 타고 가는 조용한 차 안. 이런저런 상념과 보기 좋은 풍경의 감상은 때때로 가슴 뭉클해질 만큼 감동적이기도 하고 지나간 추억으로 제법 진지한 회상에 젖기도 한다.
그리고 운전을 마치는 순간 현실로 돌아오고 마는 허무함 때문에 가끔은 길가에 차를 세우고 메모하다 다시 출발하고는 한다.
가슴을 콕콕 찌르는듯한 언어나 마음을 간지럽히는 음악과 나란히 서는 느낌.
소화 안 된 음식물이 꿀렁이는 것처럼 끝도 없이 여러 낱말들이 목 끝에서 맴돌거나 허공에서 동동동 떠다니는 느낌.
나는 때때로 그런 기분으로 글을 쓴다.
가끔 글쓰기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묻고 싶다.
어떤 기분으로 글을 쓰고 있나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런저런 날맡들, 또는 밑도 끝도 없는 동사와 형용사가 자꾸만 맴도는지 말이다.
사실 나는 그 힘으로 글을 쓴다.
끝없이 나를 자극하고 불러내는 언어들을 조합하고 만들어내는 문장에 대한 환희로 한 문장을 탄생시킨다.
그리고 모든 내 감정을 토해내듯 폭풍처럼 글을 쓰고나면 밀려드는 편안함. 나는 그 익숙한 편안함이 좋다.
누군가 글을 쓰는 게 왜 즐거운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리라. 그곳에 이를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상황과 언어와 감정이 무수히 얽혀 나를 감싸안는 느낌이 좋다고.
아무도 내 글을 읽지 않고 좋다고 얘기하지 않아도
내가 읽고 또 읽으며 따뜻해지는 느낌이 좋다고.
아무도 슬프지 않은데 몰래 눈물지으며 읽기도 하고
혼자 슬그머니 미소 짓는 그 기분이 좋다고.
그렇게 한 발 내가 인간적으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딛고 있다는 만족감, 삶에 대한 진지한 응원, 나의 작은 변화들이 좋다.
나는 오늘도 와인 한 잔, 두 잔과 함께 아주 오랜만에 또박또박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