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예견하다
시간이 물었다.
너는 어떤 시간을 살았느냐고.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잃었느냐고 .
한참을 아무것도 답할 수 없었던건 먼길 돌아온 내 후회와 한탄이 나를 모질게 내몰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참을 망설이다 나는 답했다.
어떤 시간을 살았는지 나는 안다고.
내 고단함이 알고 내 집념이 알고
내 열정과 내 가슴이 안다고.
하나를 잃고 하나를 얻는 공평한 계산앞에 선택은 늘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은 안다. 어렵사리 욕심하나를 내려놓을 때의 시원섭섭함은 결국 다른 하나로 채워지는 것을.
얼마 전 또 하나의 도전을 내려놓는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 결정을 내릴 때까지의 고민과 열정들이 선택과 포기의 기로에서 나를 몹시 힘들게 했다. 새로운 곳과 새로운 선택이 늘 옳은것만은 아니기에 내 소원만큼 얼마나 고민했던가. 그리고 그것을 계획하고 수없이 짜맞추고 설레였던 시간들, 그 마지막 문턱에서 몇 가지 맘에 걸렸던 문제들로 포기했을 때. 포기는 쉬웠지만 그 여파는 컸다. 가슴이 아팠고 답답했고 때때로 슬펐다.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것만 같아 포기하겠다는 결정앞에서도 망설였다.
나답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나다운 것에 집착했는지도 모른다. 또는 결정이 빠르고 결정한 것에 번복하지 않는다는 내가 만들어낸 허상앞에서 내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해보이고 싶어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내 결심을 포기하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그렇다 할지라도 먼 길 돌아와 나에게 놓여있을지 모를 후회앞에 꿈하나를 내려 놓고 다른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포기의 결과는 뜻밖이었다. 다시 일어섰을 때 이전보다 더 큰 용기가 났다. 지금껏 생각해보지 않았던 다른 것들, 꿈꿔왔던 시간들, 또 다른 도전들이 내 머리와 가슴을 두드렸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설레임은 내려 놓았던 포기와 아쉬움에 대한 작은 위로가 되었다.
뜬금없는 도전에 새로운 숨구멍이 생겼다!
지금 무엇인가 삶의 변화를 예견하는가.
또는 도전하기 위해 꿈꾸고 준비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서 그 결정을 지원하라.
하지만 결정만큼 내 마음껏 다하지 못해 포기하는 순간도 보듬어주길 . 포기가 아니라 뜬금없는 도전을 꿈꾸기 위한 또 다른 시작임을 위로해주길.
내가 스스로의 도전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충분히 박수쳐 줄 수 있다면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의 결과와 상관없이 당신이 얻고자 하는 그 것은 이미 이룬것이지 않을까.
어떤 시간을 살았는지 나는 안다고.
내 고단함이 알고 내 집념이 알고
내 열정과 내 가슴이 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