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일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나는 잊고 있었다.
왜 글을 썼는지, 글을 쓰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난 무엇을 이루고 싶었는지.
어쩌면 이루고 싶었던 작은 업적이라도 있었는지 모르겠다.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인정을 받고 싶었거나 배려라는 이름으로 감동을 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더 분명한 것은 내 이야기든, 다른 사람의 이야기든 퍼즐처럼 꾸려나가는 세상의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힘들고 지친 것만은 아닌 해볼만한 문제라고 얘기해주고 싶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끔 힘든 것은 이런 것이다.
상대의 작은 거짓 하나가 열가지 진실을 덮을 때.
생각해보지 않았던 동전의 뒷면과 마주할 때다.
내가 보았던 것들이 모두 진실이였을까.
내가 겪었던 상대의 마음들이 진심이었을까.
시간지나 돌이켜보니 그 또한 진심이 아니였던 것 같아 상처가 되었다.
내가 보았던 것은 동전의 한면 뿐인것 같아 내내 씁쓸해졌다.
그래도 이해해.
세상 모든일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상대가 미처 다 헤아리지 못할 숱한 변수와 사정과 그들만의 리그가 있는 것이다. 그저 그 사정이 각자의 상식과 가치관과 맞지 않을 뿐이다.
나는 그 뒷면을 보지 않기로 결심했다.
뒷면은 분명히 있다.
슬며시 들춰본 뒷면은 내가 보았고 알았던 앞면과도 다르고, 그리 곱지만은 않아 놀랜 마음에 털석 주저앉기도 했다. 남몰래 눈물도 훔치고 나니 조금 상대도 가여워진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뒷면을 궁금해하지 않고 털어내기로 한다.
다시 내것을 내어주며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진심으로 슬퍼해줄 아량은 없지만 속상하고 서운했던 마음, 나를 비좁게 만들었던 억울한 마음은 종이배 곱게 접어 흐르는 시간에 띄워 보내기로.
네모지우개를 둥글게 다듬는 기분으로
모퉁이를 정성스레 다듬는다.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왜 못내 놓지못하는지,
이제야 기억이 났다.
대단한 업적이든, 작은 업적이든 쌓고자 함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주는 작은 위로도 전부는 아니었다.
나는 가치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지. 둥글게 둥글게 살아서 누가 바라봐도 편안해보이는 동글이가 되고 싶었지.
무엇보다 내가 나스스로 심지굳게 살아가는 성인이고 싶었다.
누가 슬프게한다고 크게 슬퍼하거나
가슴아프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단단해지는 오래된 나무이고 싶었다. 그저 나를 다듬는 시간이 필요했다.
맞다.
그래서 글을 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