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잠이 오지 않을 때 고마운 친구
와인 한모금
이 맛이다.
향도 좋고 빛깔도 예쁘고 부딪히는 울림이 참으로 멋지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와인과 함께 마련한 이 자리가 좋다.
와인 한 잔.
수다스럽고 용기있는 사람이 되어 말한다.
오늘의 일도 좋고 어제의 일에 대한 이야기도 좋은.
우리와의 이야기, 내 이야기.
와인 두 잔.
조금 더 상기된 표정과 목소리로 말한다.
대화에는 공감이 더해지고 상대의 표정과 내 표정이 같다고 느껴지기 시작하며.
웃음도 한숨도 누구의 것인지 모른 채.
하하 호호 기분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와인 세 잔.
이 쯤 되면 안주가 부족한데.
뭔가 새로운 것이 당긴다.
평소 하지 않던 더 깊은 속내가 드러난다.
그 이야기의 실상은 이래. 그 진심은 그래.
상대의 이야기에 훈수도 제법 두고 이런저런 깨알같은 해결책도 제시해주고 나면
딱 한 잔만 더 할까 싶은 고민에도 빠진다.
와인 네 잔.
이건 진짜 넘어야 할 산이다.
돌아서서 후회할 확률 51퍼센트.
결국 이성이 말끔하지 않아 조잡한 얘기만 나누다 이야기의 끝은 흐지부지 될지도 모른다.
진지한 이야기를 성의껏 나누어야 한다면 앞으로는 세 잔까지만.
그런날도 있잖아.
가끔은 소소한 사치가 부리고 싶은 날.
내가 좀 소중해지고 싶은 그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