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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도전일기

“멋지지 않아도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

by 제일리스 지은


" 오늘은 어떤 서체를 배울까?


조금씩 안정감을 찾아가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지난주의 마무리로 인해 다가오는 수업이 나의 궁금증을 더해갔다.


이번 주에 배울게 될 서체는 옛 전통이 느껴지는 서체였다. 자주 쓰지 않은 서체다 보니 처음 선연습부터 난관에 부딧치기 시작했다. 또 한 번 다시 리셋되는 것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기존에 알던 글씨체가 아닌 새로운 걸 배우게 되니 알게 되는 기쁨과 열심히 연습해 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 같다.


"이렇게 하나씩 아는 거지..



그날의 수업은 어려웠지만 열심히 알려주시는 선생님의 노력과 격려 덕분에 감사하게 수업을 잘 마쳤던 것 같다. 그날은 수업을 마치고 나니 피곤함이 몰려와 주변 정리를 부랴부랴 한 후 나는 침대에 몸을 맡겼다.


돌아오는 주말 나는 막혔던 선연습부터 다시 몰입에 들어갔다. 반복적으로 영상을 보았고 내 문제점이 무엇일까? 계속 리플레이를 했었다. 주말 하루 3시간 이상 연습했는데도 마음에 드는 글씨체가 나오지 않았다. 물론 수업 때보다 화선지 안에 글씨의 크기나 모양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었으나 나 스스로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고 있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주말이 지나 수업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한 시간씩 반복적으로 연습을 했었다. 처음 전통체를 접할 때 생소하고 어려웠으나 일주일 단 한 시간이라도 시간을 내어 쓴 노력의 결과는 조금씩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위해 평일 시간을 내어 지속적인 연습을 했었고 그렇게 이 서체를 익혀 붓과 하나가 되기 위해 이전보다 연습한 시간이 좀더 오래 걸렸지만 조금씩 감을 깨달아가며 안정감을 찾아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 글씨체를 처음 접할 때 낯설었던 느낌도 이제는 정겨운 글씨와 포근함이 느껴졌다.



캘리그라피를 배우면 배울수록 점점 더 좋아지는 이유가 있다면 “나만의 글씨체를 만들고 완성하라는 그 말이 나에게 큰 감동을 준다.


“ 똑같이 따라 하지 않아도 돼요..


”100% 따라 할 수 없고 자신이 써 온 필체와 느낌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가져가세요..


“지금 예쁘게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왜 그런지 뭐라고 표현할 순 없지만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는 그 말 한마디


그 말 한마디가 선생님의 음성을 통해서 나를 위로하며 용기를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 같았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 긍정적인 표현보다 부정적인 표현을 들으며 자란 기억이 나에게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다. 뭐든지 열심히 하시고 배우시며 부족한 것이 있다면 노력하시는 아버지가 존경스러웠지만 완벽을 추구하시는 아버지 성격이 부담스럽고 부족한 게 많은 나는 늘 칭찬보다 채찍이 더 내 삶에 익숙하게 돼버렸다. 하나님을 만나고 상처가 많이 회복이 되어 아버지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도 가끔 나의 실수 내 문제점에 대해서 너그럽게 이해하는 마음보다 지적을 하시면 그 아픔이 쌓이고 쌓여 아물었던 그 쓰라린 상처가 다시 올라오면서 예민해지고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러 내린다. 오늘이 그런 날이였다. 그래서 인지 어버이날이 다가오는 지금 이 순간 생각지 못한 아주 사소한 일로 아버지에게 쏘아붙힌 말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고 아버지에게 상처준 마음과 내마음을 진정시켜야 하는 상황이 속상했지만 마음을 다시 다독이며 집중해야 하는 것들에 다시 마음을 쏟아보았다.


서예를 배우며 나는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기억해본다. 그리고 예쁘지 않고 부족한 나에게 글씨를 배울 수 있도록 허락하시고 매 순간 비교 의식에 넘어지지 말자고 다짐하는 나를 “지은아 괜찮아 … 너 자체만으로 가치 있어.. 너만의 글씨체를 만들어봐.. 할 수 있어. 내가 도와줄께 라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통해 말이다.


지금 내 성향 하고도 잘 맞고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는 마음에 좀 더 확고하게 심어 주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에 자신감도 생겨 배우는 시간이 힘들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캘리그라피를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다. 요즘 한 달간은 직장 다니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신경 쓰다 보니 때로는 감사한 마음보다 일상에 쫓기며 지내고 있었다. “글을 써야지.. 생각하며 분주했던 일들을 끝내놓고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묵상하며 다시 머릿속에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써 내려가니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스며드는 나의생각과 당연함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는 걸 알았다. 나에게 당연한 게 하나도 없었는데..


그리고 이제는 그 모든 아픔의 순간들을 하나님의 보호아래 이전보다 평안함으로 지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말이다..



잠시 분주함 속에 잊고 있었던 하나님의 사랑을 묵상하며 캘리그라피를 할 수 있는 지금 현재를 감사함으로 최선을 다해 써보자. 고 마음을 다시 생각해본다.


그리고 또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것 처럼 나는 맘에 들지 않아도 내 글씨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고 설사 없다해도 만족스럽지 않아도 괜찮다고 ..

나를 사랑하는 그분 한분만으로 충분하며

나를 지켜주고 있으니


괜찮아 지은아.


(연습전과 후)










https://youtu.be/FV5nMb93UwY?si=Rk_7ysm8U5wTUx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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