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불어오는 건가?
붓을 잡기 시작한 지 현재 5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붓을 잡고 글씨에 몰입하게 되면서 나는 그동안 슬픔과 아픔 그리고 스트레스 그 모든 잡념에서 조금씩 자유해짐을 느끼고 편안함이라는 선물을 받고 있는 것 같다.
2년반쯤 되었다. 내 인생에 사랑하는 어머니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일을 겪고 시간이 흘러간 지도..
그때 그 시간은 내 인생에 큰 위기의 순간이었다.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밀려오고 살아갈 자신이 없었지만 살아가야 했다.
위기는 기회이고 기적이라 했던가?
어머니는 나를 정성과 사랑으로 키워 주셨다. 그저 사랑만 주었을 뿐인데 그 사랑으로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 심장으로 느껴오는 뜨거운 어머니의 사랑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그녀는 나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그런 존재였다. 그 사실을 어머니가 떠나고 나니 더욱더 절실히 깨달았다.
엄마가 나에게 심리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 말이다.
어머니 기도 덕분에 어릴 적부터 겪은 장애인의 삶의 풍파 속에 고통을 겪으며 방황을 한 시간들이 있었어도 다시 하나님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지금은 이제 이 땅에 없지만 나에게 물려주신 믿음의 유산으로 오늘도 하나님 손을 붙잡으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
그 당시 엄마의 장례는 슬픔보다 기쁨과 감동이 컸다.
아니 슬픔이 내 안에 컸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기쁘게 어머니를 보낼 수 있었다.
자궁 내막암 4기 판정을 받아 충격이 컸던 우리 가족과 나는 엄마를 위로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기 시작했고 암은 우리가족들에게 하나가 되어 사랑을 나누고 표현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죽음의 문턱에 불안함과 마주하며 엄마가 회복되길 바랬지만 우리의 뜻과 반대로 이루어지는 과정 속에도 내가 하나님께 감사함으로 고백할 수 있었던 것은 위기상황 속에서 때에 맞는 필요한 것들을 공급하여 주셨고 하나님께 시선을 고정시키면서 그분이 주시는 위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은혜가 컸기에 우리에게 보이는 상황이 나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으나 견딜 수 있었고 슬픔과 기쁨이 공존했지만 하늘나라에서 우리 모두 구원받아 만날 수 있음에 나는 감사함으로 고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떠나보낸 엄마의 자리는 공허함과 외로움이 컸고 살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나의 왼손 통증은 지속되어 칠십을 보고 있는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의탁하고 있는 나 자신과 우리 가족이 불쌍하고 한없이 나약한 존재 같기만 했다.
마음적으로 그립고 어려운 가운데 살아가기 버거웠던 나에게 하나님은 고립되지 않도록 도와주시고 잊고 있었던 나의 꿈들을 현실화 시켜 주시며 살아갈 이유를 찾게끔 해주셨다.
글은 나에게 그런 의미다. 그렇게 슬픔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던 나의 유일한 벗
처음 이 슬픔에 매몰되고 싶었지만 매몰되면 될수록 내 안에 들었던 갈등이 있다면 호스피스 병동에 퇴원 후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를 보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런 엄마를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받은 하나님의 말씀을 엄마에게 나누는 것이었다. 아이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나누었던 엄마와의 은밀한 대화는 나의 가슴에 울림을 준다.
그 이야기가 갈등되는 내 마음을 붙잡고 그 약속을 이루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에 슬프고 싶었지만 슬픔에 잠식되지 않았다.
그렇게 예측하지 못한 나의 고난의 바람이 불어왔고 그 바람으로 쓰러질 것 같았으나 그 속에서 나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큰 은혜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 슬픔을 터널을 지나 캘리그라피를 하게 된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 작은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신기하고 소중한지 모른다.
그런데 이 행복을 누리면서도 가끔 때때로 편안함이 오는 순간이 낯설기도 하고 생전 힘들게만 살다 하늘에 있는 엄마에게 묘한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나에게 또다시 고난이 와야 될 것 같은 느낌 말이다. 한편으로 찾아오는 이 편안함이 독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여러 가지 마음들이 드는 생각 속에서 “새롭게 하소서 “ 에 출연하게 된 정시온작가의 간증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정시온 작가의 말 중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거부하고 싶은 고난이라는 바람을 만나 추락하는 것 같은 삶을 사는 것 같았으나 하나님을 알게 되면서 감사함으로 조명하게 되니 그 길은 떨어지는 길이 아닌 오르는 길이였어요. 그리고 그 길은 아티스트로 살아가기에 너무 좋은 환경과 큰 자양분이 되었어요.라는 신앙의 고백이었다.
맞다. 장애를 갖고 있어도 잘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의 확신과 다르게 인생의 걸림돌이라고 느낀 적이 많았고 뜻하지 않은 고난이라는 바람이 나 또한 하나님을 원망으로 치닫아 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고난은 나에게 유익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이제 감사의 시점으로 본다면 나의 장애는 이제 걸림돌이 아닌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특별함이다. 지금은 나에게 이 장애를 통해 계획하신 뜻이 있다면 사용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사실 나보다 더 심한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의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 자신을 혹독하게 대하며 사랑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하나님이 주신 나의 특별함이 있고 고난의 바람을 지나 이제는 때가 되어 나를 준비시키고 있는 과정일 거라 생각한다.
이 세상에 수많은 예술인이 있다. 그리고 저마다 각자의 목표와 신념을 갖고 그려가는 모든 예술인들이 대단하다.
대단한 사람 중 나에게도 주님이 허락하신다면 하나님께 받은 사랑과 위로를 작품으로 전하고 내 마음을 표현하는 꿈을 그려본다.
사람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며 위로해주는 크리스천 예술인
그런 예술인이 되어 보고 싶다고
비록 미술도 서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했지만 부족한 나를 성장시켜 주시는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해주시고 깨달음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하나님이 주신 삶을 수용하며 살아갈 때 그것이 가장 최적화된 완벽한 삶이며 그때 우리는 가장 아름답다.라고 고백한 정시온 작가의 고백이 나의 고백으로도 이어지고 싶다. 그리고 편안한 상태에서도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계속 경험함으로 봄바람 부는 나의 삶들을 앞으로 계속 글과 글씨를 통해 나누고 싶다.
2023년 묵상하며 나에게 주신 하나님 말씀
시편 37편 4절 말씀
또 여호와를 기뻐하라. 저가 내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로다 너의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의지하면 저가 이루시고 내 의를 빛 같이 나타내시며 내 공의를 정오의 빛 같이 하시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