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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도전 일기

즐기는 삶을 위하여

by 제일리스 지은


올해도 어느덧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 8월 무더운 여름을 맞이했다. 처음 캘리그라피를 도전했을 때 재미있게 시작했지만 전문가 과정을 밟아 자격증을 따자는 목표를 위해 준비했기 때문에 총 일 년의 수업이었던 교육 과정을 잘 이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통증에 대한 염려를 갖고 반신반의하며 붓을 잡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 생각과 달리 오히려 손이 점점 회복되면서 편안한 상태가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붓은 먹을 찍은 상태에서 강약을 잘 조절해 가며 글씨를 써 내려 가는 것이기에 내손이 부담 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더 큰 붓을 잡으면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 현재 할 수 있음에 참 감사한 일이다. 그 경험을 통해 나는 앞으로 나의 길을 좀 더 확실하게 정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오히려 지금은 한동안 붓펜과 펜을 안 쓰다 다이어리 정리 때문에 쓰게 되었는데 오래 잡지 않았는데도 손가락에 통증이 조금씩 오며 불편해지는 걸 알았다. 덕분에 이제는 붓을 잡는 게 오히려 마음에 안정감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였을까? 글씨를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들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수업은 총 4단계로 이루어지고 있다. 1단계는 서체반 2단계는 심화서체반 3단계는 수묵캘리반 4단계는 작가반이다. 이 단계 중 한 스텝을 마치는 과정은 삼 개월이 걸린다. 첫 3개월은 모든 게 새로운 시도다 보니 마냥 즐거웠었다. 3개월을 마치고 다음 스텝으로 시작할 쯤은 시간적으로 무리도 되지 않을 것 같아 두 가지 수업을 같이 병행하며 감당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조금씩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기도 했고 직장 다니며 배우는 일이 가끔 때때로 버겁기도 하여 잠시 쉬어가고 싶은 마음도 순간순간 들었다. 특히나 5월 말에서 6월은 교회 수련회 준비로 사역에 좀 더 힘써야 하는 시기라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했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냈다. 과제를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였으니깐 말이다. 그래도 이대로 멈출 수 없다는 생각에 분주함 속에서도 충실히 했고 마침내 상반기의 교육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니 한결 홀가분했다. 선생님께서도 처음보다 나아진 나의 실력을 보고 칭찬과 용기를 주셔서 나름 뿌듯함도 들었다.


6개월 시간을 되돌아보며 금방 가는 것 같으나 하루의 과정의 시간들을 살펴보면 쉽지 않았다는 생각이 항상 삶을 살아가면서 늘 깨닫게 된다. 꾸준함과 성실함은 평범한 것 같으나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캘리 그라피를 배울수록 느끼는 것들이 있다면 단기간에 무언가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 아나라 오랜 시간의 노력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중환자실에서 직장인으로 근무하다가 이 분야로 인문해 9년째 길을 가고 있는 이 아카데미의 대표분도 이제야 원하는 걸 조금씩 하고 있다고 한다. 전공자로 시작한 게 아니라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며 매일 꾸준히 하려 하고 있고 재미있게 해야 평생 할 수 있다는 애기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듣게 되었고 그분의 성장 스토리를 통해 나 또한 힘을 내어 도전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 애기가 위로가 되었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즐거움이라는 초심을 어떻게 잃지 않고 이 길을 갈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을 하면서 문득 아카데미 대표분의 조언이 떠올랐다. 글씨를 완전히 잘 쓰고 무언가 도전하려고 하지 말고 “Right now” 지금 당장 해라. 는 것이었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가 있을 텐데 실력은 계속 키워가는 것이고 완성이라는 것을 있을 수 없다는 조언이셨다.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해답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캘리그라피를 배우면서 어쩌면 나의 인격을 계속 다듬어 가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관점이었다. 우리에게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 잘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나에게 방해가 되고 있다면 그 마음을 내려놓아야 내가 원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내 안에 끊임없이 요동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바로 욕심이다. 욕심이라 것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걸 알고 있음에도 잡초처럼 무성히 내 안에서 꽃을 피운다, 금방 자라나는 이 잡초를 제거하고 내가 주어진 시간 속에서 지금 이 순간 현재 하고 꾸준함과 인내함으로 살아가는 것 말이다.


나는 앞으로 이 일을 평생 해보고 싶어졌다. 내 생이 끝날 때까지 한다면 내가 버려야 하는 것들을 계속 다듬어 가고 성숙하지 못한 인격을 끊임없이 성장시키게 하는 좋은 훈련의 직업을 하나님이 허락해 주신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이미 꿈을 이뤘다. 그래서 그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무엇이 초조하여 넓게 보지 못했던 걸까 싶었다. 예술의 세계를 알면 알수록 모든 일은 절대 쉬운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완전하지 못한다. 나의 퍼펙트함을 추구하지 말고 나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여유를 찾아보려 한다. 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로 뛰어든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간절히 원했던 즐거움의 끈을 놓지 않고 다음 스텝과 하반기에 있을 자격증 시험을 위해 꾸준함과 인내함의 훈련을 받으며 나는 오늘도 달려가보련다.



<연습 후 내 스스로 만족한 글씨 >

출처 : 이규복작가님

이승환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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