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기사를 읽고 소개합니다. 전장연, 김예지 의원
내가 임신을 했을 때 많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아이가 있으면 차가 필요해"라는 말이였다. 하지만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차 없이 살던 우리 두사람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차 없는 삶에 익숙해졌고, 살고 있는 집은 지하철역과 가까웠기 때문에 딱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현 시점에서 차를 구입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결론까지 내려져서 차는 잠정적으로 빠이.
아이가 태어나고 코로나19 시국이 되기 전에는 유아차를 가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기회들이 몇번 있엇다. 걸어서 가면 금방인 직선으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를 사선으로 유아차와 함께 이동을 하다보니 거리가 늘어났다. 그뿐이랴, 미관상 이쁘기만 한 울퉁불퉁 보도블럭과 높은 문턱, 사선으로 삐딱하거나 좁은 인도.. 유아차를 끌고 나오기에는 세상은 너무 불친절한 곳이였다. 겨우 도착한 지하철에서는 엘레베이터에 타는 것도 일이였다.
"아니 애는데리고 왜 나온거야.."
이미 엘레베이터를 몇번 보냈지만 이번에도 또 보냈다. 탈 수가 없었다. 엘레베이터 앞에 서서 '저도 꼭 타야합니다'라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했지만 머뭇거리는 사이 내 뒤에 있던 사람들이 금방 타버리는 일들도 잦았다. 한번은 보다못한 어르신이 한마디 하셨다. '애기 엄마 좀 타라 합시다. 한참 기다린거 같은데 먼저 좀 타게 해주세요.'
그래서 전국장애인연합회,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기사가 눈에 더 들어온 것 같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내가 살풋 경험한 불친절한 세상에 꼭 필요한 권리였기 때문이다.
국민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5일부터 28일가지 9차례 정도? 전장연에 대한 비판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관련 기사 보기)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장애인 이동권 시위(지하철 시위)에 대해 "시민을 볼모 삼는다"와 "언더도그마(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악하다라고 인식하는 현상)"라고 표현을 쓰며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수십년간 이어지고 있던 장애인의 권리 찾기 운동을 몇 문장으로 정리 한 것이다.
이 대표의 이러한 프레임화는 이미 여러차례 계속 보여졌던 행보이긴 하지만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이 수십년간 요구해왔던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출퇴근 방해하는 불법 시위하는 장애인 단체'로 씌웠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차별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절대 모를, 못느낄 그런 것들. 하다못해 유아차 아니 목발을 사용해보지 않음 모를 것들이 있다. 그는 자신이 그런 것들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해봤을까.
우리는 선천적이 아닌 후천적인 장애를 가지게 될 수도 있고, 언젠가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와 함께 유아차를 끌며 버스를 혹은 지하철을 타러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가 아니라 하더라도 반려동물용 카트나 나이가 들어 누군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야 할 수도 있겠지.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지만 그 지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음은 깨지기 마련이다. 어리석도다. 젊은이여, 언제까지나 젊은이로 살 줄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