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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J Apr 25. 2022

공부를 시작했다.

커리어와 상관 없더라도 일단 나는 이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학교 다닐  시절, 꽃 피는 4월이 되면 언제나 중간고사 기간이였다. 초중고는 아무생각이 없었지만 대학교 들어가서는 '시간'의 아쉬움을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밤샘 작업 혹은 조별 과제를 하면서 바라보게 되는 창문 밖 밤꽃들의 아름다움, 낮과는 다른 서늘한 바람, 공부하기 싫어를 외치며 쓰러져간 친구들이라든가.. 뭐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생각이 난다. 


취준 시절 영어 점수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말에 토익 공부를 하고, 시험을 봤었다. 취업을 하고(사실 일은 영어랑 별로 상관없었고, 구글 번역기를 매우 사랑하게 되었다) 나서는 경력으로 이직들을 했기 때문에 늘어난 것은 영어 번역기 다루는 스킬 정도? 글로벌 회사 다니면 어떨까, 해외로 나가면 어떨까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결국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선택했다. 그래도 즐거웠다. 도전을 할 기력이 없을 뿐 바쁜 삶을 살았다.


 


아이를 낳고 방황하던 시기를 지나 공부를 시작했다.


방황은 누구나 한다. 경단녀의 삶을 살고 있던 나에게 '방황'은 내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의 불안함이였고, 나의 정체성이 사라진 것 같은 상실감이였다. 고민을 해도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냥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덜컥 공부를 시작했다. 지방에 계신 어머니의 권유였다. 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학과 공부를 해보자고. 온라인으로 공부를 할 수 있으니 너무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괜찮을거 같다고. 그렇게 나는 다시 1n 만에 학생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다.


요즘은 전공을 선택할 때 취업이 잘 될 것 같은 학과를 선택한다고 한다. 전국의 다양한 대학교에는 공무원을 양성하는 전공수업을 들을 수 있는 학과들도 있고,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되는 연계 학과도 있다. 나는 취업이 잘되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서 전공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전공을 살려 취업을 했다. 나름 이름을 대면 알만한 프로젝트도 진행을 했고,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하면서 사회생활을 했다. 회사에는 전공과 상관없는 사수도 후임도 많았지만 그건 그들의 선택이였다. '직업'이 '직장'이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미래가 불안했으니 뭐라고 해야 마음이 풀릴 거 같아서. 그냥 내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함과 실습을 해야하는 전공 특성상 한살이라도 어릴 때 실습을 하는게 나을 거 같아서? 아니다. 사실실 그렇게 까지는 생각안했고, 아이한테만 집중된 시간을 다시 나를 위한 시간으로 일부라도 가지고 오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그러다가 취업도 하고 새로운 커리어를 쌓게 되면 그것도 좋은거니까.. 이건 아이 낳고 키우면서도 좀 오래 할 수 있겠지? 이런 소소한 바람도 있었다.


 



무슨 공부를 하냐고? 이 질문에 답하기는 아직은 조금 부끄럽다. 나중에 조금더 용기가 생기면 그때는 당당히 '난 이러한 공부를 하고 있어' 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 어쨋든 그렇게 시작한 공부는 중간고사를, 과제를, 레포트, 기말고사를 가지고 왔다. 기획서가 아닌 레포트를 쓰는 것은 느낌이 매우 이상했고, 생소한 주제로 레포트를 쓰기위해 이것저것 검색도 하고 책도 빌려본다. 사이버대학교라고 해서 간단하게 수월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은 착각이였다. 하긴, 그렇게 쉽게 졸업하면 재미없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즐겁다. 육아 외의 스트레스가 오래간만이라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 


아이가 등원을 하면 나는 수업을 듣는다. 

아가, 너는 너의 길을 가렴. 엄마는 엄마의 길을 나아가보려고 시도 하고 있어.

이 길로 계속 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엄마는 엄마의 길을 찾는 중이야. 

네가 자라는 만큼 엄마도 자라겠지. 우리 그렇게 같이 걸어가자.



중간고사 끝나서 너무 좋은데 신나는데 레포트가 기다린다. 교수님 부디 레포트 주제는 어렵지 않은 것으로 부탁드립니다. 부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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