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그대의 의견은 사양하겠습니다.
"언니, 좀 누리면서 편하게 살아."
"누리면서 편하게 사는 것이 어떻게 사는 건데?"
"귀찮으면 배달시켜 먹고, 좋은데 살고, 식기세척기도 사고, 정수기도 들여놓고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것을 들여놓으면 좋잖아."
"조금 불편하게 살면 어때. 내 맘이 편하면 되지."
"아, 몰라. 난 언니처럼은 안 살래."
오랜만에 동생과 통화를 했다. 동생이 몇 달 전 이사를 가면서 인테리어를 다 하고 들어갔다. 당연히 새집 느낌을 맞추기 위해 최신 모델의 가전제품으로 집안을 꾸몄다. 보내준 사진만 봐도 누구나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집이다.
동생과 나는 어렸을 때부터 티격태격도 많이 하고, 서로에게 조언을 가장한 잔소리도 많이 하면서 지내왔다. 가끔은 상처가 되는 말도 툭툭 뱉어내기도 했다. 그래도 결혼하고 각자 가정이 생기고, 아이가 있으니 전처럼 서로의 삶에 큰 관여를 하지 않게 되었다.
더구나 나는 요즘 타인의 삶에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는 것이 싫어서, 누군가의 삶에 대해서는 일절 평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동생과 통화를 하면서 '날씨가 더운데 반찬을 만들었더니 피곤하네.'라는 나의 말이 도화선이 되었다.
배달, 반찬가게, 반조리 식품을 좋아하는 여동생의 눈에 땀을 흘리면서 요리한 나의 모습이 미련해 보였나 보다. '누리면서 살아'를 시작해 '언니처럼은 안 살래'로 대화가 끝났다. 과거에 동생이 내 삶에 태클을 걸어오면 애정이라고 생각했다. 동생이 가끔 말이 거칠기에 듣는 내가 알아서 필터링을 거쳐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동생이 가볍게 던진 말이 오랫동안 나의 머리와 마음을 눌렀다. 편하지 않아도 나는 내 마음 편한 일들을 좋아한다. 더운 날 반찬을 하면 피곤하기는 해도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내 입맛에 맞고, 가격도 저렴해서 해놓고 나면 기분이 좋다. 식기세척기는 현재 쓰고 있는 싱크대에 10인용을 설치하기에 적합하지 않아서 미루고 있었다. 정수기는 편하기는 하겠지만 결명자, 작두콩, 옥수수를 넣어서 끓인 물을 마시는 것을 좋아해서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좀 더 편하게 사는 사람으로서 나의 삶이 조금은 힘이 더 들어 보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 삶이 나쁜 것은 절대로 아니다. 나는 누군가에 피해를 1도 주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동생과 통화를 한 이후로 마음이 불편해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날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내 삶에 대해서 너의 잣대로 평가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식으로 내가 말했으면 화를 냈을 동생은 미안하다고 했다. 그냥 언니가 힘들어 보여서 그랬다고 덧붙였다.
당연히 동생의 마음도 안다. 그래도 내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다운 삶, 내가 좋아하는 삶을 산다면 존중을 받고 싶다. 좀 불편하고 내 마음이 편하면 좋은게 아닌가? 앞으로도 나는 나를 손상시킬 수 있는 타인의 의견은 정중하게 거절하면서 살 생각이다. 이러면 또 어떠한가. 이것도 나다운 삶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