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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Dec 19. 2023

아들은 비밀을 알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원하는 선물을 주문해서 포장해 두었습니다. 아들은 트리 아래에 둔 편지를 산타할아버지만 볼 수 있도록 숨겨놓았습니다. 편지 내용이 바뀐 지, 전과 동일한지는 아들만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들이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산타할아버지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줄기차게 묻더니, 아무리 생각해도 산타할아버지가 주는 선물이 엄마, 아빠가 주는 선물 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니라고 부정을 했지만, 이미 아들은 알고 있는 듯합니다.     

 

아들의 의심에 확신을 준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저는 오전에는 EBS라디오를 듣습니다. 저녁에는 재방송으로 듣는데, 며칠 전 오전에 듣지 못한 것을 아들과 함께 듣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들이 먹을 저녁을 준비하고 있고, 아들은 배가 고프다며 식탁에 앉아서 간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라디오에서 진행자와 게스트 사이에서 산타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명확하게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순간 당황해서 라디오를 끌 생각도 못한 채, 아들은 바라보았습니다.     


보았습니다. 아들이 살짝 웃고 있다는 사실을요. 아들은 순진하게 물었습니다.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없는 거야?”     


저는 후다닥 라디오를 껐습니다.     


“라디오에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거야. 밥이나 먹자.”     


저녁밥으로 화제를 돌렸지만, 아들은 1+1의 답을 알았을 때 보였던 눈빛을 제게 보냈습니다. 아들은 아는 것이 분명합니다. 제가 당황했다는 사실을 알아서 인지 아들은 더 이상 산타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3학년쯤 돼서야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빨리 진실을 알게 되었네요. 그래도 누굴 생각해서 모르는 척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들은 당분간 산타할아버지가 있는 척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어제도 저녁밥을 먹으면서 산타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빠, 그거 알아? 내가 산타할아버지 줄 편지 엄마, 아빠 못 읽게 숨겨놓은 거?”

“뭐라고 썼어?”

“그건, 편지를 읽을 산타할아버지만 알게 될 거야.”      


아들은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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