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립니다. 새벽부터 시작한 눈이 지금도, 앞으로도 몇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어나자마자 아들은 밤새 창을 덮고 있던 두꺼운 암막커튼을 옆으로 밀어냅니다. 커튼이 치워진 창문으로 찬 공기가 집안으로 들어옵니다.
“엄마, 내 말이 맞지? 어제 내가 눈 내린다고 했잖아. 역시, 늘 내 말이 맞다닌깐.”
겨울이 시작된 후 아들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잠자리에 들기 전 휴대폰으로 날씨를 확인합니다. 다음날의 날씨를 슈퍼 컴퓨터가 예측하지만, 일기 예보를 확인했다는 사실만으로 아들은 자신이 날씨를 예측한다고 믿습니다. 아들이 그런가 하면 그런가 보다 합니다. 아들을 키우면서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모든 일을 이치에 맞게 따지지 마라.’
아침밥을 먹고 난 후에도 멈추지 않는 눈을 보니 아이의 등굣길이 걱정 되었습니다. 눈은 치워져 있겠지만, 아들은 눈이 있는 곳만 골라서 그 위를 걷습니다. 이틀 전에는 집에 오면서 장갑과 운동화가 젖도록 눈을 만지고, 밟고 왔습니다. 아들이 축축하게 젖은 장갑을 실내화 가방에 넣어둔 걸, 한참 지나서야 발견했습니다.
“쫑, 젖은 걸 그대로 두면 어떡하니? 바로 꺼내서 말려놓아야지.”
“아, 맞다.”
아들에게 젖은 장갑과 운동화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냥 잠깐 잊은 일에 불과한 거지요. 참, ‘아, 맞다.’라는 말 아들입에서 자주 듣습니다. 맞는 걸 알면, 왜 일이 벌어지기 전에 막지 못하는 걸까요? 이 질문에 아들은 ‘아, 맞다’를 할 겁니다.
내리는 눈을 다 맞고 가면 눈사람이 될 아들이 걱정이 되어 한 마디 했습니다.
“쫑, 우산 쓰고 가는 거 어때?”
“우~~~~ 산? 엄마, 눈은 맞으라고 내리는 거야. 우산은 절대 안 써.”
눈이 하늘에서 내리는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온몸으로 다 받기 위해서 눈이 내리는 거라고 아들은 말합니다. 저도 아들만 했을 때, 눈이 오는 날 우산을 쓰지 않았습니다. 눈 오는 날 우산을 쓰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눈이 내리면 우산을 챙겨 들고나갑니다. 눈에 섞여있는 오염물질이 걱정이 되어서 우산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더 이상 눈을 온몸으로 맞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는 내리는 눈을 받아먹기 위해서 혀를 길게 빼곤 했는데, 몸과 마음을 흔들던 눈이었는데, 눈을 대하는 온도가 변해버렸습니다.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에 서서 아들이 말합니다.
“엄마, 오늘은 데리러 와. 우리 오늘은 같이 눈 맞자.”
“응.”
오늘은 우산을 챙기지 말아야겠습니다. 모자에 눈이 쌓여도, 어깨에 눈이 쌓여도, 신발이 축축하게 젖어도, 눈을 제대로 맞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