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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Dec 21. 2023

추위를 뚫고 교통봉사를 해보다.

8시 10분에 중요한 임무가 있었다. 학기 초부터 안내를 받고, 12월에 꼭 해야 하는 일이다. 바로 교통봉사다. 날씨를 확인해 보니, 숫자옆에 작대기가 그어져 있다. 뉴스도 확인해 보니 북극한파가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가장 추운 날 교통봉사에 당첨 된 것이다.

 

아침에 늦을까 봐 어제 미리 깃발도 챙겨놓았다. 나를 따라서 일찍 나오지 않아도 되는 아들은 굳이 함께 나왔다. 살을 파고들 추위를 걱정하며 바지를 두 개나 챙겨 입고, 상의는 4겹을 껴입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내내 두꺼운 옷 때문인지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렀다.      


1층에서 찬바람을 맞으니 추운 날씨가 시원하게만 느껴졌다. 초등학교 옆에는 중학교가 있다. 꽁꽁 싸매고 가는 초등학생과 달리, 중학생들 복장은 확연하게 차이 났다. 내 앞에 걸어가는 남학생은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고, 체육복은 복숭아 뼈가 훤히 보이도록 접은 상태였다. 보는 것만으로 추위가 느껴졌다. 칼바람으로 피부가 빨개졌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남학생을 보니, 젊음이 좋긴하나보다.

교통봉사를 하는 동안 아들이 잠깐이라도 함께 서 있을 줄 알았지만, 아들은 춥다면 나를 남기고 떠났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아들이다.      


나는 우회전하는 차량을 살피는 곳에 섰다. 한 차선에 우회전, 좌회전이 이루어졌다. 신호가 짧아서 좌회전 신호는 차 세대가 지나고 나면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아이를 데려다주고, 직장으로 출근하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아슬아슬하게 신호를 통과하거나, 보행자 신호가 녹색불로 바뀌었는데도 무리하게 진입하는 차들이 있었다.  


생각보다 위험해 보였다. 스쿨존에서 사고가 왜 날까 싶었는데, 장소에 상관없이 튀어나오는 급한 마음이 문제같다. 늦더라도 가 아니라 늦으면 안 되기에 엑셀에 놓인 발에 힘을 주게 되는 것이다.


처음 해보는 교통봉사였지만 아이들의 안전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실현가능성은 적지만 좌회전, 우회전 차량이 한 차선을 공유할 경우 보행자 신호가 초록일 때, 차단기가 내려져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급한 마음은 본인이 다스려야 하지만 물리적으로 차단기가 설치되면 가고 싶어도 못 가니 말이다. 좌회전 신호가 떨어지고 주황색, 빨간색으로 바뀌는 것보다는 숫자가 적혀있으면 운전자의 마음이 덜 조급해지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그리고 교통봉사를 끝내고, 아들에게 할 잔소리가 하나 늘었다.      


“쫑아, 신호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는 절대로 뛰어가면 안돼. 신호가 바뀌자마자 뛰어가서도 안돼. 좌우를 살피고, 차가 없는지 확인하고 건너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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