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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단둘이 떠나는 첫 외박여행 2

공주 석장리 박물관

by 좋은아침

나는 여행 전날 밤을 좋아한다. 여행을 앞두고 설레는 감정이 가장 짙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문제가 생겨도 오로지 해결해야 할 사람이 나이기에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평소에 5시 30분이면 일어나는데 26일은 긴장해서 인지 더 일찍 눈이 떠졌다. 여행도 하기 전 기운이 빠지려는 건가? 다시 잠을 자려고 했지만,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가 한번 뜨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듯 나의 정신은 밝아질 뿐이었다.


아홉 시에 출발하기로 약속했기에 열 살 아들은 침대에 곤히 자도로 내버려 두었다. 일찍 일어난 김에 미처 챙기지 못한 짐을 챙겼다. 평소라면 뭉그적거리면서 일어날 아들은 '여행 가자'라는 말에 빠르게 움직였다. 간간이 찾아오는 이런 이벤트가 아들의 동작속도를 올리니 그러지 못할 때 내 입에서 잔소리가 튀어나오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다.


아들아, 늘 이러면 안 될까?

나 역시 게으름에 몸을 맡기는 약한 인간이면서도 늘 아들에게 기대한다.


9시를 조금 넘겨서 공주 석장리 박물관으로 출발.


압력솥에 밥을 하면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차를 타면 20분 동안은 말이 없다가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말들이 터져 나온다. 그런 아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살고 있는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을 보다가 금강이 보이자 아들이 반응하기 시작한다.


"엄마, 오 저기 금강이야. 엄마? 왜 금강이라고 불러? 저기에서 금이 나와? 우리도 저기서 금 캘 수 있는 거야?"


대답할 틈을 주지 않는 아들이다. 금강은 원래 곰강이라고 불렀는데 곰이 한자 금과 음이 비슷해서 금강이라고 불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금이 없을 거라는 말에 시무룩해하는 아들이다.


공주 석장리 박물관에 도착하고 알게된 사실이 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의 날'이라서 입장료가 무료이다. 직원분께서 친절하게 알려주시면서 어디부터 관람하면 좋을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롤러가 있는 미끄럼틀이 있다는 팁을 얻었다.


때마침 2월 28일에 종료되는 특별 전시회가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구석기는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제일 많이 접하기에. 하지만 나의 예상을 깨고 '2024년 석장리 유적 발굴 60주년 특별기획전-구석기, 위대한 발견'은 좋아도 너무 좋았다.


책을 읽거나,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 마무리는 '나'와 어떤 연결고리를 갖는지 질문을 던지는 편이다. 구석기라는 시대가 워낙 내가 살고 있는 시대와 동떨어져 있기에 연결되어 있다기보다는 구석기와 나의 시대 사이에는 텅 빈 공간이 있다고 느껴왔다.

공주 석장리 박물관

이번 전시회에서는 구석기시대에 사용한 도구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물건으로 이어져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전시회 막바지에 "우리가 처음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마지막일까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내가 느낀 감동을 아이에게 전하려 했지만 다소 역부족이었다. 나의 감동을 뒤로 미루어두고, 아들에게 물었다.


"쫑아, 너는 이번 전시회 어땠어?"

"음, 좋았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어?"

"피리 소리가 좋았어."


관람하는 내내 낮게 울려 퍼지는 피리 소리가 아이 마음에 쏙 들었나 보다. 석장리 박물관 곳곳에 구석기인들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조각상들도 보였다. 구석기인 흉내를 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른 전시관에 들어가니 석장리 박물관이 만들어진 배경을 볼 수 있었다.


아들은 관람 내내 뗀석기로 자기만의 무기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과연 그 무기를 가지고 어떤 일을 벌이려고 하는지. 설마 산속에 들어가서 사냥을 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전시관을 다 보고 밖에 나오니 직원분이 알려주신 미끄럼틀이 보였다. 롤러가 돌아갈 때마다 엉덩이에 전해지는 진동은 자극적이었지만, 아들은 미끄럼틀이 재미있는지 다섯 번 넘게 타고나서야 타기를 멈추었다.


재촉하지 않고 느리게 보자고 떠난 여행. 석장리 박물관에서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렇다면 다음 행선지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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