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에게보내는 편지

<묘사하기 연습 중입니다.>

by 좋은아침

그대 이름은 포스트잇! 그대는 투명판 위에 있네. 직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는 그대의 모습은 다른 어떤 모양보다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는 사실을 아는가? 보라, 초록, 노랑, 하늘, 핑크, 주황을 뽐내는 그대의 다채로운 색상은 봄날 피어나는 꽃만큼 아름답다네.


그대는 아는가? 그대가 내 삶에 많은 점을 찍어준다는 사실을......

그대는 아는가? 그대가 무슨 연유로 누구의 손에서 만들어졌는지를.....


나 오늘 그대에게 그대가 몰랐던 이야기를 들려주겠네. 그대는 우연하게 만들어졌다네. 여러 번 뗏다붙였다하는 접착제가 만들어진 후 그대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네. 우연을 통해서 만들어진 그대는 나의 삶에 필연이 되어버렸다네.


그대는 아는가? 홀로 책 읽는 자에게 그대가 든든한 조력자라는 사실을.....


혼자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 책이 나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구매한 책이 아니라 공공의 소유라면 난 책에 나의 흔적을 남길 수 없다네. 멋진 문장과 단어를 만나도 흐린 연필로 감히 책에 줄을 그을 수 없다네. 줄을 그었다 한들 감옥에 가는 것은 아니지만 나와 같은 책을 맛난 이의 혀 차는 소리를 피할 수 없을 거네.


그대는 실체가 없는 경범죄자가 될 뻔한 나를 위한 구세주라네. 손가락 두 마디 길이의 자네를 손가락으로 살짝 뜯어내면 그대는 더 이상 그대의 집이 아니라 나에게 온다네. 집을 떠났다고 해서 두려워 말게. 나 그대를 소중히 다룰 거라네.


그대는 아는가? 그대의 몸에는 접착제가 반만 붙어 있다는 사실을...... 그대의 깔끔한 성격 덕분에 나의 손가락에는 어떠한 그대의 흔적도 남지 않는다네. 자네의 끈적이는 부분을 만졌다 한들 그대는 나의 손에 치근덕거리지도 않는다네.


떼어진 그대는 책을 읽다가 내가 멈춘 문장 옆에 붙게 된다네. 좋은 책을 만나면 수많은 그대가 책 모서리로 나와있다네. 가끔은 부끄럽다네. 내가 마주친 문장이 그대가 보기에 어쭙잖을까 봐. 혹여 나를 붙잡은 문장들이 어이가 없다고 비웃지는 말게.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으면 난 다시 그대를 만나러 간다네. 그대가 놓여있는 문장을 한 줄 한 줄 공책에 적고, 그대를 집으로 다시 돌려보내지.


그대 포스트잇. 나로 인해 방랑하는 운명을 맞이했지만 슬퍼말게. 내 그대를 위해 어제 보다는 더 나은 책과 문장으로 그대를 즐겁게 하겠네. 늘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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