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웃길 수 있습니다.
장마가 시작하려나보다. 하늘이 흐리다 못해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만 같다. 날씨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비가 와서 천둥과 번개가 치면 집 안에 있을 때 기분이 편안해진다. 밖은 요란해도 나에게 아늑한 장소가 있다는 사실이 나의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비가 오려면 하늘은 준비를 한다. 나는 하늘이 비를 준비하는 순간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우울하거나 그렇지는 않다. 비 오는 것을 더 좋아할 뿐이다. 이렇게 흐린 날에는 재미난 생각을 떠올린다. 창밖을 보다가 바라본 소나무를 보니 예전 일이 떠오른다.
내 고향에는 소나무가 많이 자라고, 사람들이 멋진 소나무를 보기 위해서 휴양림에 찾아오기도 한다. 대학생 1학년. 첫 원어민 회화 수업시간에 자신의 고향에 대해서 설명해야 했다. 시골에서 살았던 터라 외국인을 보는 것이 떨렸고,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영어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토록 무서웠다.
나는 더듬거리면 고향의 소나무에 대해서 설명하고 싶었다.
"My hometown is famous for its fine trees."
"What? Fine trees."
"Yes... Fine trees.'
"I don't get it.'
"You know. it has very spiky leaves."
"hahaha. you mean 소나무. Hey repeat after me. PINE TREES. NOT FINE TREES."
'P'와 'F'를 헷갈려서 잘못 발음했더니 선생님이 알아듣지 못하신 거다. 나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지만 원어민 선생님은 너무 재미있다면 껄껄껄 웃으셨다. 나의 웃픈 이야기다. 이 일로 'P'와 'F'가 들어간 단어를 말하려면 긴장을 해서인지 잘 틀리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 fine이라는 단어만 말해도 자꾸만 fine tree가 생각난다. 나중에 아들이 p와 f를 헷갈려하면 나의 살아있는 경험을 이야기해주어야겠다.
오늘 저는 fine 할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