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도 내 삶이다.

육아 주저리주저리

by 좋은아침

우리 집에서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과가 있다. 그건 바로 아들에게 잠을 자기 전 책 3권을 읽어주는 일이다. 원래는 3권으로 정해놓지 않고, 아이가 읽고 싶은 대로 읽어주었다. 문제는 계속 읽어주면 한 시간이 넘도록 읽어달라고 해서 읽다가 내가 지쳐버린다는 거다. 함께 책을 읽는 것을 즐겨야 하는데 아이만 즐겁고 나에게는 고된 노동이 되는 거다.

그래서 아들과 낮에 한가할 때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은 상관없지만 자기 전에는 3권으로 나의 뜻이 강력하게 들어간 합의를 봤다. 그 뒤로 아들은 자기 전 책 3권을 무조건 골라온다. 아들 입장에서 책을 3권밖에 못 가져오니 마트에 가서 신중하게 아이스크림을 고르듯 책도 골라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들은 다양한 그림책에 빠져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자연관찰책에 빠져서 매일 밤 파충류, 양서류, 곤충 등 다양한 생명체의 그림을 함께 보는 중이다. 그중에서 아들은 버섯 책을 꼭 빠짐없이 들고 온다. 버섯을 즐겨 먹는 것도 아닌데 아들은 유독 자연관찰책에서 버섯 편을 좋아한다. 하루는 다 같이 저녁을 먹다가 아들이 버섯 이야기를 하길래 문제를 내보았다.

“자, 지금은 버섯 퀴즈 시간입니다. 아들, 곤충에서 자라나는 버섯 이름이 뭘까요?”


“삐, 동충하초.”


“오오, 맞았어. 기억하고 있었네. 그런데 그 밤에 빛나는 버섯의 이름이 뭐였더라. 야광 버섯?”


“음, 엄마 그 버섯은 환경, 화경일 텐데요.”


“그래? 엄마도 기억이 잘 나지 않으니 책 가지고 와서 확인해 볼까?”


“응, 제가 가지고 올게요.”


밥을 먹다 말고 자연관찰책을 가지고 와서 답을 확인했다. 정답은 화경버섯이었다. 밥 먹는 동안 계속 버섯이야기를 하니 먹는 반찬은 고기인데 입안에서 버섯향이 나는 듯 하다. 가끔 밥을 먹다가 책 이야기를 하고 답을 찾거나 휴대폰으로 검색해서 모르는 것을 찾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 아들이 파충류가 궁금해서 뱀이 등장한 책을 가지고 오면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없다. 비위가 약한 나로서는 뱀만 봐도 파충류만 봐도 밥맛이 뚝떨어진다. 나의 이런 입장이 파충류 편에서는 듣기 거북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랐어도 싫은 것은 싫은 거다

아들에게 밥 먹을 때는 뱀이 들어간 책은 가지고 오지 말라고 해도 나의 오버스러운 행동이 재미있는지 장난기 가득한 아들은 기어코 책을 가지고 온다. 결국 내가 강력하게 거부의사를 밝히면 자신의 식탁의자 밑에 책을 밀어 넣는다. 여기서 웃긴 점은 조금이라도 책을 나에게 보여주려고 살짝 내 쪽으로 빼놓는다는 거다. 거기까지는 시선을 두지 않으면 상관없는데 가끔 아들의 이런 장난을 보면 누구 닮아서 저럴까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남편 앞에서 이런 말이 나오면 남편은 자기는 얌전했다고 예상가능한 답변을 한다. 시어머니도 남편은 어렸을 때 누구랑 싸우는 것 없이 걱정한 번 끼치지 않고 잘 컸다고 전해주신다. 그런데 친정에 가면 우리 엄마도 나는 키우면서 싫은 소리 한 번 듣지 않을 정도로 얌전하게 컸다고 신랑 앞에서 꼭 이야기하신다.


이런 엄마의 나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나의 성격을 닮았나 보다. 지금은 나름 얌전한(?) 성격인데 어렸을 때는 재미만 있다면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면서 작은 사고를 저지르고 다녔다. 사고의 정도는 다행히 어른들이 보면 피식 웃어넘길 정도였다.


한 때 장난을 치고 다녔던 나도 사람들이랑 잘 어울려 사는데, 아들이 장난을 걸어오면 걱정도 되면서 그래도 잘 크지 않을까라는 내심 기대도 해본다. 그래도 상대방이 싫어하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의사항은 알려준다. 아이들은 놀다 보면 지켜야 할 규칙과 상대방을 위해서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에 대해서 잊기 쉽다. 반복해서 말하는 게 힘들더라도 이 부분은 끊임없이 말해주어야 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책 이야기를 시작으로 아들의 장난까지 이야기가 흘러갔다. 글을 쓰다 보면 질서 정연하게 뭔가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할 이야기가 많아지면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이야기하게 된다. 글을 쓰느건지 수다를 떠는 건 지 헷갈리는 순간이다. 수다이든 글이든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니 둘 다 상관없는 것은 매한가지다.

다시 책 이야기를 해서 요즘 아들과 ‘옛이야기 100일 챌린지’를 시작했다. 작년에 서정오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를 내가 한 편씩 외워서 불을 다 끄고 아들에게 들려주었다. 아들이 그때의 기억이 좋은 지 다시 한번 하고 싶다고 해서 다시 시작한 지 이틀째이다. 옛이야기가 가끔은 아이가 듣기에 잔인(?)하거나 무섭(?) 게 느껴지는 장면이 있어서 나름대로 각색을 한다.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이 머릿속에서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어둠 속에서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아이의 모습이 예쁜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 아들은 매일 같이 예쁜 짓 반, 미운 짓 반을 한다. 가끔은 그 비율이 달라서 나를 웃게도 울게도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엄마의 욕심은 예쁜 짓을 더 많이 보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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