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를 할 수 있을까?
아들 유치원 방학이 시작되었다. 월요일 아침. 아들이 열이 나기 시작했다. 38도. 몸이 불덩이는 아니었지만 아들은 힘든지 몸이 축 쳐져 있었다.
“아파?”
“아니.”
엄마가 보기에는 어딘가 아픈 것 같은데 아들은 아픈 데는 없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오전 일곱 시도 되지 않았던 터라 병원보다는 해열제를 먹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약이 있는 서랍장을 열었다. 늘 상비약으로 해열제를 가지고 있었는데 두 달 전에 먹고 추가로 사놓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부주의한 나의 준비성에 화가 났다. 화도 잠시 편의점에서 약을 판매한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아들에게 잠시 집에 혼자 있으라고 하고 얼른 편의점으로 뛰어갔다. 처음으로 편의점에서 약을 샀는데 해열제 한 병이 7800원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병원에서 처방을 받으면 훨씬 싼데 이 가격이라니! 그래도 아들이 우선이기에 해열제 한 병, 아들이 부탁한 하리보 젤리 한 봉지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축 처진 아들. 아침밥을 먹이고 해열제를 먹였다. 다행스럽게도 30분 정도 지나니 열은 떨어졌지만 평소보다 체온이 높았다. 8시 35분에 유치원 셔틀버스를 타기로 되어있었다. 코로나 시국에 열이 나는 아들을 보낼 수가 없어서 유치원에는 갈 수 없다고 전화를 했다.
그다음에는 함께 일하는 언니에게 문자를 남겼다. 원래 나의 근무시간은 9시부터 11시 50분 까지지만 오늘은 아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해서 근무시간을 바꿔 달라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급하게 연락을 했지만 언니가 흔쾌히 수락했다.
집 근처에 병원이 있어서 9시가 될 때쯤 병원으로 향했다. 환자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뜨악’ 병원에 앉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월요일 부터 코로나 백신접종이 시작된다는 뉴스기사가 생각이 났다.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아들과 차를 타고 이비인후과로 갔다. 아, 거기도 백신 접종을 하고 있어서 바로 진료를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병원에 의사 선생님이 두 분이 계셔서 순서가 조금은 빨리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접수를 하고 차례를 기다렸다. 대기환자를 보여주는 화면에서 50분을 기다리니 3번째까지 왔다. 곧 진료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계속해서 아들 앞으로 다른 환자의 이름이 끼어들었다. 11시 10분까지는 아들을 데리고 출근을 해야 해서 마음이 초조해졌다. 접수하는 직원분에게 물어보니 코로나 백신 접종이 한 시간 안에 접종을 해야 하는 인원이 있어서 더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곧 출근도 해야 하는 터라 빠른 선생님으로 옮겨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한 시간을 기다린 사실을 알고 변경을 해주셨다. 2번 진료실에 들어가니 선생님은 멀찍이 앉아서 손소독제를 몇 번 펌핑을 해서 손을 박박 닦으시더니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셨다. 이번에도 비염이 문제였다. 5일 치 약을 처방받고 병원을 나왔다. 병원에 나와서 집에 도착하니 10시 반이었다. 출근도 해야 하고, 아들 밥도 먹여야 하고, 약도 먹여야 하고, 나도 밥을 먹어야 하고 몸과 마음이 급하다 못해 어질어질했다.
우선 계란 프라이를 두 개 해서 조미김과 밥을 싸 먹으라고 아들에게 주고, 일하면서 아들이 마실 물과 약을 챙겼다. 어제 끓여놓은 김치찌개가 있어서 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입에 밀어 넣었다. 아들도 엄마가 급한걸 아는지 젓가락으로 김을 집어서 밥을 우아하게 먹는 것을 포기하고 손으로 먹기 시작했다. 이럴 때는 눈치 있는 아들이 기특하기도 하다.
열도 내리고 컨디션이 좋아진 아들을 보니 정말 다행이었다. 양치도 하지 않은 채 아들과 다시 차를 타고 일터로 향했다. 워낙 날이 더워서 인지 사서 도우미로 일하는 도서관까지 가는 길이 양산을 써도 등이 뜨겁다 못해 타들어 갈 것만 같았다.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는데 날씨도 덥고 참 하루의 반나절이 피곤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더위로부터 아들과 나를 구원해줄 도서관에 도착.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이토록 반가울 수가!
아침에 아들이 일어나서 출근하기까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일하는 시간을 변경하는 게 자유로워서 다행이었지 안 그랬으면 어찌했을까를 생각하니 머리가 아찔했다.
올해 들어서 하루에 3시간 정도 일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아이를 낳기 전 했던 일을 풀타임으로 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출근과 퇴근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기에 내년에 내가 일을 시작하면 아이 등원과 하원 등 아이가 아플 때 오로지 내가 책임져야 한다.
내년에 일을 시작하면 당연히 아들도 좀 더 유치원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지금 사는 곳에는 친정도 시댁도 멀다. 급한 경우에는 마음 편하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이다. 일하고 싶은 나의 마음과 아들이 아프면, 다치면이라는 상황을 생각하면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머리가 어질 하다.
아는 언니는 주변에 급하게 애를 맡길 곳이 없으면 무작정 일을 시작하지 말라고 겁을 주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의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일해서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벌지 못하더라도 육아와 일을 부담 없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상과 현실이 한 발짝 씩 차이가 나는 삶이 삶이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꿈꾸는 작은 이상이 현실이 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들아, 아프지만 말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