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모든 게 평소와 똑같은데 유독 내 감정만 이리저리 튕기는 날. 요 며칠이 그랬다. 아들은 늘 그렇듯 먹는 것도 뭉그적, 옷 갈아입는 것도 뭉그적, 양치하는 것도 미적거렸다.
그러려니 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지적의 대상으로 바뀌어 버렸다.
"유치원 가야 하니 빨리 좀 먹자."
"아직도 옷 안 갈아입었어? 빨리 좀 갈아 입자."
"양치는 했어? 안 했어. 차 놓치겠다. 빨리 좀 하자."
아이의 행동에 충실한 나의 말 한마디는 듣는 사람도 듣기 싫은 짜증 섞인 소리로 어느덧 바뀌어있었다. 화를 내듯 이야기할수록 아이는 더 장난을 치고, 듣는 둥 마는 둥 돌아다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안에서 미친듯한 화가 타올랐다.
유치원에 보내기 전까지 아이랑 실랑이를 하다 보니 머리가 뜨는 뜨근했다. 아들을 보내고 얼음을 가득 넣은 커피 한 잔 마시니 열도 식고, 나의 마음 한 구석도 식는다.
"아, 굳이 화를 낼 필요는 없었는데. 유치원 갔다 오면 잘해줘야겠다."
아들에게 잘해보리라고 독한 마음을 품어본다. 3시간짜리 일을 끝내고 집에 와서 청소를 하니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셔틀 타기 전 아들이 가지고 오라고 했던 킥보드도 챙겨들고 아들을 데리러 간다. 몇 시간 떨어져 있어서 만나니 좋다.
집에 오자마자 아들은 놀자고 재촉한다. 씻는 게 먼저라서 씻자고 하니 버틴다. 그냥 넘겨도 되는데 다른 일 먼저 해도 되는데 나도 아들에 맞서서 끝까지 버틴다. 아들은 놀고 씻자고, 난 씻고 놀자고. 별거 아닌 일에 둘 다 악을 쓴다. 노는 것은 아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일이기에 저렇게 버티는 게 이해가 간다. 내가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나는 버틴다.
며칠 동안 이런 패턴을 유지했다. 싸우고, 화해하고, 사과하고.... 어제 갑자기 두통이 찾아오면서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났다. 두통이 끝남과 동시에 나의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오늘 아침 아들은 평일에 늘 그렇듯 미적거렸다. 아들은 똑같은데 내 안에서 화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아들은 화내지 않는 엄마가 너무 좋다는 말을 남기며 유치원에 갔다.
그런 날이 있다. 내가 아닌 나의 호르몬이 날 통제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