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아들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
6살 아들은 책을 좋아한다. 본인이 읽기도 하지만 엄마가 읽어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심심하면 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유치원에 다녀와서 심심하면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식사 준비하느라 놀아줄 수 없으면 재미있는 거 없어를 몇 번 말하다가 책장에 가서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골라서 읽는다.
나의 아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친언니는 육아를 편하게 해서 부럽다고 한다. 아들이 뱃속에 있을 때 태교로 책을 많이 읽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을 보는 편인데 임신했을 때는 소설을 끊임없이 읽었다. 가끔 한 자세로 오랫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가 배가 뭉쳐서 고생을 한 적도 있었다. 나의 태교 덕인지 몰라도 아들은 책을 좋아한다. 돌이 되기 전에는 나의 무릎에 앉혀 놓고 나의 심장소리를 아들 등에 전하면 책을 읽어주었다.
돌이 지나고 나서는 책에 더 관심을 보여서 아이가 다른 놀잇감에 관심을 보일 때까지 책을 읽어주었다. 읽어주는 내내 가만히 있는 아들이 신기하기도 해서 나 역시 그 모습이 귀여워서 열심히 읽었다.
세 살 무렵에는 한 시간 넘게 책을 읽어 주는 시간이 늘어났다. 문제는 한 시간이 넘으니 목도 아프고, 도저히 나의 체력에 한계를 느껴서 재밌어야 할 책에 내가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우연히 알게 된 지인이 아이가 원하는 대로 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지만 엄마가 쉽게 지치니 읽는 권수를 타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넌지시 일러주었다. 책을 읽는 행위가 엄마와 아이가 동시에 즐거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그 이후로는 주야장천 책을 읽어주는 것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읽어주는 방법을 택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유치원 가기 전, 유치원 다녀와서, 잠자기 전 사이사이 한두 권씩 읽어주니 늘 집안 곳곳에 책이 널려있다. 집에서 책 읽는 게 당연하니 아들 역시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기분전환이 필요하면 책장에서 책을 꺼내 혼자 읽는다. 그림만 보는 건지 물어보면 아는 글자는 함께 읽는다는 기특한 답변도 한다.
6살 아들을 보면 언제 크나 걱정을 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혼자서 하는 일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아들의 책장에는 아들이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책, 자연관찰책, 과학책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엄마도 아들도 책 욕심이 많아서 자꾸 책장을 채우다 보니 책장의 빈 공간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소장할 책을 제외하고 책을 정리하려 해도 이 책은 이래서 안되고, 저 책은 저래서 안되고 누구에게 주기에는 변명이 많다. 그래도 올해 말에는 책장을 날씬하게 만들어서 따끈따끈한 책으로 또 채우고 싶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며 살고 있지만 책에서만큼은 맥시멈 라이프를 살고 있다. 책과 먹는 것 이외에는 소비를 안 하니 마음 한 구석으로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자기 위안을 해본다.
아들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집에 텔레비전이 없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결혼 8년 차이지만 결혼 초기부터 텔레비전 없이 생활하고 있다. 텔레비전을 사지 않은 이유는 남편과 상의 끝에 대화를 많이 하고 사는 가정을 꾸려보자는 거창한(?) 포부에서 출발했다. 텔레비전이 없어도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지만 가끔 양가 부모님이 오시면 심심해서 어떻게 사는지 의아해하신다. 더구나 보지 않아도 텔레비전을 켜고 생활하시는 친정아빠는 텔레비전이 없는 우리 집에서 주무시는 것을 굉장히 답답해하신다.
텔레비전을 많이 봤던 나 역시 처음에는 조금 불편했지만 이제는 텔레비전을 켠 집에 가면 정신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텔레비전이 있는 집에 가서 텔레비전을 없애라는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간혹 텔레비전을 없애고 싶은 사람을 만나서 나의 텔레비전 없는 상황을 물어보면 성심성의껏 얘기해주는 경우는 있다.
확실히 텔레비전이 없으니 달랑 3인 가족이지만 다른 가족들보다는 평균적으로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지난번에는 한 지인이 도대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나에게 물은 적이 있다. 매일 나누는 대화를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이야기 소재는 다양하다. 하루 동안 보낸 일상 이야기가 바닥나면 최근에 읽었던 책 이야기, 뉴스 등등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감한다.
최근에 사슴벌레를 키우고 있는데, 아이가 곤충 등에 대해서 궁금해서 하루에 한 번은 곤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 남편이 관심 있는 분야를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이야기하다 보면 새로운 지식도 쌓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끔은 이해가 안 되는 소재도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들어준다.
오늘은 유치원에 가기 전 토미 웅게러의 <꼬마 구름 파랑이>를 함께 읽었다. 아이가 보기에 조금은 잔혹(?)한 느낌의 장면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아들은 이 책을 좋아한다.
꼬마 구름 파랑이는 구름이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고 즐겁게 돌아다닌다. 세상 사람들은 파랑이를 알게 되었고 파랑이를 좋아한다. 어느 날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고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파랑이는 자신 안에 담겨 있는 빗방울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비를 내렸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들이 파랗게 변했고, 모든 사람들의 색깔이 같아져서 사람들은 더 이상 싸우지 않게 되었다는 걸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한 편의 그림책에서 생각을 거듭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오늘 유치원에 돌아오면 <꼬마 구름 파랑이>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다.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