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도 내 삶이다.

한 달에 한 번 나는 더 행복해진다.

by 좋은아침


한 달에 한번 어제 보다 더 행복해지는 비결이 나에게 있다. 그건 바로 2019년부터 시작해 온 책모임에서 더 행복해지는 마법을 누리고 온다.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책모임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평생학습관에서 같은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결성되었다. 책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모일 장소가 필요했기에 도서관 동아리로 등록을 했다. 등록을 무료로 도서관의 동아리실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등록을 하기 전 모임을 함께 하는 분들의 인적사항을 적은 서류와 일 년간 동아리를 어떻게 운영할지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책모임을 만들고자 하는 열의가 강하고, 모임에서 막내여서 나는 자진해서 일을 처리하였다.


그렇게 가진 첫 모임은 도서관에서 이루어졌다. 읽을 책 내용과 모임 관련 사항들을 정리하면서 첫 모임은 끝이 났다. 모임을 두세 번 정도 도서관에서 하고 코로나가 심해져서 도서관 동아리실이 패쇄되어 방역 규칙을 준수하며 야외 커피숍에서 모임을 가졌다.


등록된 회원은 10명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고정적으로 나오는 멤버는 4~5명이 되었다. 인원이 줄어든 만큼 개별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 늘어나는 만큼 책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삶에 있어서 뼈와 살이 되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간도 역시 늘어났다.

모임은 30대에서 50대로 구성되었다. 막내인 나는 나보다 먼저 아이를 키운 육아 선배님의 조언을 하나하나 가슴에 새긴다. 이미 장성한 자식을 두신 분은 자신이 젊었을 때 이런 모임을 가졌더라면 아이를 더 잘 키우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시면 젊은 에너지가 넘치고 어린아이를 키우는 멤버를 부러워하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해주신다. 연령이 달라서 공통점이 없는 게 아니라 달라서 매번 만날 때마다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오늘은 모임에 참석한다는 멤버가 나를 포함해서 다섯 명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10시에 시작하는 모임에 나는 11시 50분쯤 참석할 수 있어서 4인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일을 끝내자마자 모임이 있는 커피숍에 가니 두 분만 계셨다. 한 분은 일하러 가시고 또 한분은 급한일을 끝내고 다시 오신다고 하셨다. 커피숍에 앉아 계신 두 분 중 한 분은 20분 있다가 나가야 한다고 하셔서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랩을 하는 거 마냥 쏟아냈다.

이번 달 모임은 내가 추천해서 읽은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였다. 나는 이야기를 길게 나누지 못했지만 오늘 참석한 분들이 책이 좋아서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다고 말해주셨다. 말뿐만 아니라 표정으로도 환한 미소가 가득해서 덩달아 나의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의 맏언니라 불리는 분은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삶 속에서 실천하시는 분이다. 자신의 것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며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을 추구하신다. 맏언니는 자연의 대상물에도 애정을 가지시고 작은 행복들로 삶을 가득가득 채우시는 분이다. 나도 언니처럼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삶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애착으로.


맏언니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분을 위해서 언제 만날지 몰라서 손수 재배한 마늘로 만든 장아찌를 가져왔는데 그걸 받을 사람을 생각하니 아침부터 행복하셨다고 한다. 언제 만날 지를 몰라도 언젠가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장아찌를 만드신 맏언니의 마음이 내 가슴에도 전해졌다. 이렇듯 내가 한 달에 한 번 갖는 이 책모임은 마음이 따뜻한 분들로 가득하다. 그 따뜻함이 늘 넘쳐서 모임만 갔다 오면 일주일 넘게 마음의 평화와 즐거움이 지속된다.


맏언니의 남편분께서 맏언니를 픽업하러 오셔서 초등학생 딸을 키우고 있는 선생님과의 대화가 릴레이처럼 이어졌다. 여름방학을 어찌 보냈는지부터 최근에 읽은 책 이야기가 입에서 술술 터져 나왔다.

“선생님, 추천해주신 책 너무 좋았어요. 이 책에서는 삶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선생님의 삶의 의미는 뭐예요?”


삶의 의미라는 단어가 묵직하지만 평소에도 생각해온 거라 솔직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는 제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을 삶의 의미로 두었어요. 알아가는 방법에는 독서와 사람들과의 대화예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런 부분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를 알게 되고, 내가 이런 가치를 좋아하는구나도 깨달아요. 특히 제가 가까이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제가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한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제가 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을 확고히 하기도 해요. 비유가 잘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늘 양념치킨을 먹었는데 나도 후라이드를 좋아했구나 식으로 제 자신을 알아가는 것 같아요.”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나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즐거움을 비롯해서 삶의 의미를 얻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책모임은 가십거리가 주를 이룬 모임이 아니다. 이야기가 다른 길로 새더라도 책으로 돌아와 책이 전해주는 의미를 되짚어 본다. 멤버 중 한 분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보여서 마음이 안정된다고 한다.


내가 참여하는 책모임은 한 사람의 원맨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매 번 각자의 이야기가 모임을 채운다. 서로의 이야기에서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 것이다. 이런 헤어 나올 수 없는 마력(?)을 지녔기에 이 모임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참여를 한다. 몇 달 전에 코로나가 심해서 모이지 못했을 때는 그 한 달이 요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양념을 빼놓은 달 같았다.


늘 나의 삶을 감칠맛 나게 해주는 이 모임 덕분에 맛나게 산다. 이번 달도 좋았지만 다음 달도 좋을 생각에 모임을 끝내고 오늘도 싱글벙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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