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닥콩닥 육아

옛이야기의 매력

by 좋은아침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서 매일 같이 한 장이라도 책을 보는 편이다. 지인이 추천해준 책,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책, 책을 읽다가 저자가 추천해 준 책을 최대한 꼼꼼하게 읽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아이와 함께 있지 않은 시간,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책을 읽는 데 몸과 마음을 할애한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넓지 않은건가?

작은 행복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좋아하는 책을 아무런 걱정 없이 혼자 읽는 시간이 그토록 좋을 수 없다. 거기다가 커피 한 잔있으면 더 좋고 말이다. 지금도 글을 쓰면서 커피가 떡 하니 있으니 커피 중독이라면 중독이겠다 싶다. 내 몸에 과도하다 싶으면 설탕, 소금 등은 줄이겠는데 커피만은 못 줄이는 걸 봐서 커피에서 만큼은 자제가 잘 되지 않은 듯싶다. 그래도 나름 오전 12시를 기점으로 그 이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으려한다.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20대에는 밤에 마셔도 잠을 잘잤는데 변한 나의 몸이 낯설기는 하나 내가 보듬어줘야할 듯 싶다.


책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커피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커피를 내가 정말 좋아하기는 하나보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공간에 나의 기호를 하나씩 알리는 게 가끔은 쑥스럽지만 누군가 나의 기호까지도 읽어주는 이가 있다고 생각하면 나와 비슷한 기호를 가진 이들이 있지는 않을까라는 기대감으로 미지 속에서 동질감을 얻으려 한다.


최근에 매월 정기적으로 갖는 책모임 한 분이 <옛이야기의 매력>이라는 책을 추천해주셨다. 그분은 도서관 프로그램에서 강사분이 추천해서 읽게 되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옛이야기를 다른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고 했다.

거의 매일 밤 짤막하게나마 아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터라 도움이 될까 싶어 도서관에서 빌려보려고 했지만 책이 대출 중이거나 책을 비치하고 있는 도서관이 없어서 인터넷 서점을 찾았다. 1,2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1권은 품절이어서 어쩔 수 없이 중고로 주문을 해야했다. 책을 주문하기 전 리뷰를 읽어보니 ‘육아의 필독서, 옛이야기의 매력을 알 수 있는 최고의 책, 옛이야기 안에 이런 깊은 뜻’등 책에 대한 반응이 칭찬일색이었다.


좋은 것에 귀가 팔랑거리니는 나로서는 배송료를 물더라도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읽는데 시간이 걸렸다. 페이지 수를 생각하더라도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 이유는 본능, 자아, 초자아 등의 개념과 연결 지어 설명이 진행되기에 밑줄을 긋고 이해를 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래도 꾸준히 읽다 보니 오늘 새벽 1권을 다 읽었다. 소감은? 2권의 내용도 궁금하다. 1권의 내용을 한 번 더 읽으면서 정리해야 하니 2권은 다음 주에 주문을 할듯 싶다.

이 책을 읽기에 앞서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를 작년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에게 들려주었다. 내용 중에 잔인하다고 생각되는 표현 등이 있어서 줄거리를 대강 간추려서 아이에게 전달을 해주었었다. 나의 각색이 당연히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어떤 내용은 나쁜 사람이 처참한 벌을 받기보다는 주인공이 그 사람을 용서했다는 식으로 나의 판단으로 아이에게 더 어울릴만한 결말을 만들기도 했다.


이야기라면 마다하지 않는 아들이기에 나의 방식이 아이에게 맞을 거란 나름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나의 이런 확신은 <옛이야기의 매력>을 통해서 와장창 깨져버렸다.


악한 이에게 자비를 베푼다는 것은 어른이나 성숙한 자아를 가진 이들에게는 이해가 되지만 자라나는 아이에게는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 걸로 이야기가 끝내야 아이에게 올바른 도덕관념도 부여해준다는 거다. 나의 이해가 아이에도 똑같이 적용될 거라는 생각을 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삶은 행복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많은 부모들이 그렇듯 나 역시 좋은 것만 보기도 힘든 세상이기에 아이에게 이야기만큼은 밝고,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편이다. 당연히 그게 맞는 줄 알았다.


하지만 책에서는 아이가 이야기 속의 어두운 면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문득 아이에게 세상에 대해 반만 알려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이야기의 매력>을 읽으면서 ‘아이였던 나’를 살펴보았다. 어렸을 때 엄마한테 혼이 나면 엄마를 미워하는 나의 마음이 불편한 적이 있었다. 엄마에게 혼났다는 감정보다 엄마를 내가 미워한다는 사실이 어린 나이에 혼란스러웠다. 그 당시에 ‘신데렐라’를 읽었었는데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계모를 감정이입을 해서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었다. 그 당시는 이유는 몰랐는데 아마도 엄마에게도 천사 같은 면이 있지만 나쁜 계모로 묘사되는 면도 있구나를 내 머릿속으로 해석한것 같다. 이야기 속에서 나의 불만스러운 감정을 표출하고 현실로 돌아왔기에 불편한 감정이 해소 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읽은 책 이야기를 구구절절 쓰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옛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브로노 베텔하임 <옛이야기의 매력>을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꾸준하게 읽던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를 간추리지도, 삭제하지도 않고 그대로 들려주었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는 게 더 재미있다고 한다. 최근에 읽은 '나무꾼과 선녀'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들었던 내용과는 달라서 아이가 어떤 이야기가 진짜인지 물어왔다.


<옛이야기의 매력>의 저자는 되도록 원본 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각색된 내용은 옛이야기가 품고 있는 좋은 특질(환상, 회복, 도망, 위안)이 변질될 우려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아이가 느끼는 세계에 아주 조금 더 다가간 것 같다. 아이가 제 몫대로 알아서 커주면 좋겠지만 나는 내가 성장할수록 아이도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 가끔 나의 욕심이 아이를 앞서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운 좋게 만난 책과 사람들이 나에게 브레이크 역할을 해준다.


열의 넘치는 엄마 때문에 아들이 피곤하겠지만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종이접기를 하는 아들을 둔 나도 가끔 피곤하다. 아이와의 관계를 날씨에 비유하자면 먹구름, 천둥, 번개, 바람 등 모든 걸 갖다 붙일 수 있다. 그래도 궂은 날씨 다음에는 해가 쨍쨍할 거라는 기대가 있어서 아무리 날씨가 맘에 들지 않아도 견딜만하다. 그래도 늘 햇빛만 쨍쨍하기를 바라는 걸 보면 난 욕심 많은 엄마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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