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며 마음 닦기
가끔 뭔가를 해야 하는 필이 나에게 딱 꽂히는 순간이 있다. 평소에 그냥 넘어갔던 일들을 도저히 해내지 않으면 내일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평소 그냥 넘어갔던 일이 거창한 일은 아니다.
식기 건조대의 틈새에 끼어있는 물때라든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어오른 곰팡이라든지 요것들이 나의 시선을 꼭 붙든다. 점심을 건너뛰었더니 배가 고파서 남편이 오기 전 간단하게 저녁을 해치웠다. 바로 설거지를 하고 식기 건조대를 보니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물때가 가득 끼어있었다. 건조대를 분리해서 하나하나 닦기 시작했다. 분리하니 겉으로 보는 것보다 사태는 심각했다. 수세미로 솔로 벅벅 문질러도 쉽게 물때가 지워지지 않았다. 세제도 사용했지만 희미한 묵은 때 자국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가끔 성숙하지 못했던 과거의 실수를 박박 지우려고 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고스란히 그 흔적이 남은 것을 볼 때가 있다. 다 잊었다고 생각해도 기어코 어느 순간 나의 머릿속에 나의 생활 속에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을 때가 있다. 놀란 가슴으로 지우고 나면, 지워도 돌아오는 과거의 기억들에 한 숨이 나올 때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잊기를 바라기보다 ‘그래 어린 나는 이랬지.’라고 내가 나를 품어주면 그 기억들이 덜 밉고, 그 색이 희미해지는 느낌을 맛본다.
그리고 안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는 사실을. 완벽해지는 것을 꿈으로 삼지 않은지 오래다. 완벽해진다는 생각을 품는 게 또 다른 한구석에 실수를 할 수 있는 더 큰 여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내가 바라는 모든 면에서 완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끔씩 한다. 다만 그 생각에 집착을 덜 할 뿐이다.
이렇듯 맘먹고 청소를 하면 땀이 나는 동시에 별 생각이 다 든다. 마치 나 자신이 깊은 사색가인 것처럼 내가 하는 하나의 행위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공상을 한다. 청소하는 엄마를 지켜보는 아들은 나를 건들지 않는다. 가끔 엄마가 청소에 몰두하는 모습을 본 아들이 언제 끝나는지를 물어볼 뿐 기다린다. ‘조금만 더’를 답하고, 이제는 거슬리는 것을 포착하는 나의 눈이 화장실로 향한다. 화장실 벽에 희미하게 낀 물 때. 저건 락스를 사용해야만 지울 수 있는 거다. 락스를 화장실 벽과 바닥에 문지르고 나서 기다린다.
남편이 오기 전 화장실 청소를 끝내야 하니 마음이 바쁘다. 15분 정도 흐르고 다시 마스크를 끼고 화장실로 향한다. 락스는 자주 사용을 안 한다. 그 독한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나 역시 독해지는 느낌이든다. 락스가 때를 불릴 시간을 얼마 주지 않았나 보다. 잘 닦이지 않는다. 솔로 온 힘을 다해서 벅벅 미니 그제야 물때가 조금씩 벗겨진다. 락스의 성능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힘으로 말이다.
한 참을 물때와 씨름하고 나니 식기 건조대도 화장실도 깨끗해졌다.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과도 안감힘을 쓰면서 마주할 때가 있다. 나의 모든 신경을 거기에 다 쏟아붓고 돌아서면 온 몸이 지쳐있는 게 느껴진다.
오늘 깨끗하게 청소했으니 청소하는 텀을 줄이면 앞으로 힘은 덜 들일 수 있다. 우리 마음도 청소와 비슷한 것 같다. 자주 들여다 보고 청소해주어야 상쾌해지고 다른 것들을 할 여지가 생긴다. 조만간 나의 마음도 청소해야겠다. 자꾸 때가 생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