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타는 아침
아침 8시 10분. 손목시계에서 진동이 울린다. 울림과 동시에 쫑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엄마, 나 응가 마려워.”
“응가? 해야지. 근데 쫑아 우리 셔틀 타야 하니깐 최대한 빨리 끝낼 수 있어?”
“시도는 해볼게.”
초단위로 시간이 흐를 때마다 내 몸안에 긴장감이 한층 더 고조된다. 유치원 셔틀버스 출발은 8시 20분. 집에서 셔틀 타는 곳까지 아이의 느릿한 걸음으로 5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쫑이 화장실에는 8시 15분 안에는 나와야 된다는 계산이 떨어진다.
여기에서 엘리베이터가 늦게라도 온다면 무조건 셔틀을 타는 곳까지 전력 질주를 해야 한다. 화장실에서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유독 요란하게 들린다. 쫑도 마음이 급한지 기합을 주는 소리와 함께 방귀를 뽕뽕 뀌어댄다. 8시 12분. 나의 등에서 땀 한줄기가 흐르고, 입안이 타들어 간다. 화장실 물이 열리며 쫑이 엄마 나 다했어라는 말을 해주기를 문 앞에서 기다린다. 마치 내가 쫑을 낳을 때 수술실 밖에서 안절부절못했을 남편처럼 나 역시 화장실 문 앞을 서성인다. 문 한번 쳐다보고, 시계 한번 쳐다보고.
딸깍! 화장실 문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8시 13분. 암울해질 것만 같았던 끝이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이다. 쫑이 제시간에 해낸 것이다. 인간 비데의 기능으로 쫑의 뒤처리를 말끔히 해준 다음 쫑을 번쩍 변기에서 들어 내렸다. 나의 손짓에도 급함이 묻어있는 것을 아는지 쫑도 속옷보다 바지를 먼저 올린다. 쫑이 손을 씻는 동안 잘못 올린 옷을 정리해주고 “뛰어”를 외치면 신발과 마스크를 쓰라는 외침을 쫑에게 해댄다.
미리 마스크를 쓴 나로서는 신발을 신자마자 쫑이 현관문을 나오지 않아도 먼저 나가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두 개라서 둘 중 하나를 눌러도 되지만 이번에는 하나는 지하, 하나는 꼭대기에 있어서 두 개를 눌러버렸다.
8시 14분. 안전하게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8시 15분을 넘지 않았기에 옆집 아이가 나오는 소리가 들려 엘리베이터를 잡아주는 여유도 부린다. 아 뛰지 않아도 된다. 전력질주를 하지 않아도 된다. 나의 관절을 지킬 수 있어서 좋다.
버스가 멈추는 곳에 갔더니 버스도 오지 않았다. 마음에서 깊은 안정감이 피어오른다. 피어로다 못해 바람 한점 머물지 않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기분마져든다.
일주일에 3번 정도. 오늘과 같은 초긴장감과 초평안함을 동시에 느낀다. 극단적인 감정을 그것도 단 10분 안에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간 쫑의 화장실 신호를 나름 연구해 본 결과 비슷한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6시 30분쯤 일어나면 더 일찍 화장실을 가는데 7시에 일어나면 꼭 8시에서 8시 10분 사이에 화장실을 간다는 거다.
몇 달을 관찰했으니 나름 타당한 결론이다. 이 말은 즉 내가 양극단적인 감정을 맛보지 않으려면 쫑을 6시 30분에 깨워야 한다는 거다. 음, 그렇게 되면 30분 정도 나만의 아침시간이 줄어든다. 그 와 동시에 30분 더 쫑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놀아줘야 한다.
아들과 노는 시간이 즐겁기는 하나, 이른 아침부터 놀면 꼭 오후 되면 그렇게 피곤하다. 마음 한 구석에서 그냥 7시에 깨우라는 울림이 더 크게 들린다. 셔틀을 놓친 적은 없으니 아마도 7시에 깨울 듯싶다.
아침부터 묵직함보다는 상쾌함을 느끼며 가는 쫑. 그 이면에 엄마의 초긴장 노화된 얼굴이 실려 있지만, 아들의 발걸음이 가볍다면 그것보다 좋은 게 뭐가 있겠는가? 하하하하하하.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큰 장점은 힘들고, 슬프고, 화나는 상황이 닥쳐도 그래도 나아지겠지라는 기대를 늘 가슴에서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늘이 부족하면 낼은 채워지겠지. 오늘 못하면 내일은 잘하겠지. 내일 못하면 그다음에 잘하겠지. 아니면 다다다 다다음?
그래도 쫑 내일은 그냥 엄마는 편안한 마음으로 너를 셔틀 태워 보내고 싶구나.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