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도 내 삶이다.

아이? 어른?

by 좋은아침


“엄마, 나 시골 할머니 집에서는 한밤 자고 서울 할머니 집에서는 세밤 잘래.”


“쫑아, 이번에는 외할머니댁에서는 한밤, 서울 할머니 댁에서는 두밤 자기로 했잖아.”


“싫어, 나 세밤 잘래.”


금요일 아침 등원 길. 곧 연휴를 앞두고 있으니 아이들도, 엄마들도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아들의 친한 친구가 부산 할머니 댁에서 세밤을 잔다는 이야기를 듣고, 쫑도 서울 할머니 댁에서 세밤을 자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셔틀버스가 도착해서 생각해보자고 아들을 달래며 버스에 태워 보냈다. 시골 할머니 댁은 친정이고, 서울 할머니 댁은 시댁이다. 아들 입장에서는 자신과 늘 잘 놀아주는 서울 할머니와 고모가 기다려지기에 서울에서 더 자기를 원한다. 친정에 가면 무뚝뚝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고 있고, 농사일을 거드느라 자기와 늘 놀아주지 않는 엄마가 야속했을 거다.


그래도 친정부모님 앞에서 시어머니를 티 나게 좋아하는 쫑을 보면 많이 민망하다. 친정엄마나 아빠가 표현은 서투셔도 아끼는 마음은 부족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에 말이다.


티 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아들을 보면 가끔 그 마음이 부럽다. 화나도, 짜증 나도, 보기 싫은 사람이 있어도 얼굴 표정 관리를 해야 하는 나로서는 가끔 가슴 깊은 곳에서 될 대로 해보자는 충동이 일어난다. 화도 우아하게 내면 된다는데 이것도 잘하는 사람이 있는 걸 보니 타고나길 그런 게 아닌가 싶다.


한 번도 그 충동을 행동으로 옮긴 적은 없지만 뒷감당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면 저질러 보고 싶기는 하다. 이러고 보면 나이가 먹는다는 거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어른과 아이는 동전 같다. 한쪽을 계속 보고 있노라면 뒤를 보고 싶고, 그 반대도 성립되니 말이다.


어떤 사람에게 어른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나는 아이와 어른의 정의 중간쯤 서 있고 싶다. 늘 그렇듯 중간이 제일 어렵다.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토록 그 중간에 서 있고 싶나 보다. 비가오니 기분이 울쩍해서 글에도 내 기분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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