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에는 인력 감축 찌라시가 돈다.
인력 감축 대상자.
50대, 저성과자, 장기 진급 누락자.
그리고 이번에는 '사내 부부'라는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회사가 어렵다는 뉴스가 한 번 나오면,
그다음은 늘 같은 순서로 흘러간다.
'어느 팀에 누가 인사팀에서 연락을 받았대.'
'진짜일까 얼마를 제안했을까?'
그렇게 말들이 돌고 나면, 몇 달 뒤에
한 명씩 자리가 빈다.
어제는 팀원이 면담을 신청했다.
옆 팀에 남편이 있는 사내 부부였다.
성과급 시즌이면 두 배로 부러움을 사던 사람들이라,
그녀의 굳은 표정이 더 낯설었다.
내 앞에 앉은 그녀는 잠시 말을 꺼내지 못했다.
입술을 한 번 세게 깨물었다.
울음을 참고 있는 얼굴이었다.
간신히 고쳐 앉은 뒤,
조용히 말했다.
"권고사직을 제안받았어요."
그녀는 늘 자기 몫을 해내는 사람이었다.
어린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느라
가끔 급하게 연차를 내는 날도 있었지만,
맡은 일은 책임감 있게 하는 동료였다.
그래서 더 낯설었다.
이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그녀는 사내부부라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혼란스럽다고 했다.
"살면서 늘 잘한다는 말만 들었거든요.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길 위에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을 잇지 못하다가,
작게 덧붙였다.
"그래서 더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지막으로 꺼낸 말.
"내가 얼마나 모자랐으면..."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다.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생기면,
우린 결국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게 된다.
저 반대편 자리에 내가 앉아 있었어도
비슷했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아이들한테도 엄마가 필요한데
늘 미안했다고 말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퇴근길, 운전대를 잡고 있었지만
생각은 계속 그 자리에 머물렀다.
'내가 얼마나 모자랐으면...'
우리는 왜
스스로에게 이런 가혹한 질문을 던져야 할까?
나는 오늘 밤 그녀가 스스로를 너무 많이
미워하지 않기를 조용히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