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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숙 Mar 08. 2017

일자리 부족에 대한 생각

우리는 왜 '먹고살기'를 걱정해야 하는가? 

1. 먹고사는 걱정


연말이 되면, 사자성어로 한 해의 상황을 정리하곤 한다. 지난 연말에는 교수 신문에서 발표한 2017년의 사자성어인 "군주 민수(君舟民水)"가 큰 화제가 되었다. 배를 뜨게 하는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현 시국을 잘 표현한다는 공감을 얻었다. 


사회 현상을 나타내는 사자성어가 "군주 민수" 였다면 직장인이나 구직자들의 상황을 나타내는 사자성어는 무엇이었을까? 취업 포털 사람인이 2016년 말 직장인과 구직자를 대상으로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조사했다. 

구직자가 1위로 뽑은 것은 "구지부득(求之不得)"이었다.  

구지부득(求之不得) : 아무리 구해도 얻지 못한다.

직장인이 1위로 선택한 것은 "구복지루(口腹之累)"였다. 

구복지루(口腹之累) : 먹고사는 데 대해 걱정한다.


2004년 발행된 김만수의 "실업 사회"라는 책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하나의 유령이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실업이라는 유령이...


이 책에서는 당시의 시대를 최악의 실업난, 유례없는 취업 전쟁이라고 표현하면서 실업이라는 사회 문제를 제시한다. 정말 2004년 당시가 실업난이 최악인 때가 맞을까? 그 이후로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 이후로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구직난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지난 2016년 사람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 가까운 사람들이 구직난이 심해졌다고 답했다. 

사실, 구직의 어려움에 대해 "역대 최고", "사상 최악"이라는 기사의 표현은 해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 같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실업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그럼 앞으로는 어떨까? 

안타깝지만 앞으로도 크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는 2017년 취업자 수 증가 목표치를 26만 명으로 잡았다. 통상 30만 명을 목표로 하던 예년에 비하면, 목표를 낮추어 잡은 것이다. 정부가 보는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는 의미이다. 


이쯤 되면, 이제 먹고사는 문제가 삶의 모든 문제를 압도한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2. 문제는 일자리 부족??


선거 때만 되면, 빠지지 않는 정치 공약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를 만들어서 실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일자리의 부족이 구직난(실업난)의 원인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은 전체 구직자의 수보다 전체 일자리의 개수가 적다는 의미일까?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100명인데, 일할 사람을 찾는 일자리가 120개 있다면 일자리가 부족하지 않은 상황일까?


일자리의 문제는 이렇게 단순비교의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일자리와 구직자의 단순 숫자 비교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3가지가 있다.
 1. 수요는 한계가 있는데 공급이 과잉인 경우
 2. 공급은 일정한데, 수요가 급감하는 경우
 3. 공급은 증가하고, 수요는 감소하는 경우 


수요는 한계가 있는데, 공급이 과잉인 경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일자리는 공무원이 아닐까? 


최근 몇 년간 공무원 채용 인원은 해마다 증가했다. 

그러나 채용 증가폭(수요)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지원자 수가 증가(공급 과잉)하고 있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안하다고 느껴질수록,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들은 증가하였다. 그래서 2005년 무렵에는 "공시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더니 지금은 노량진을 중심으로 "공시족"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무려 4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공급은 일정한데, 수요가 급감하는 일자리라면,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라지는 일자리를 꼽을 수 있다. 은행권 인력의 감소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동화 기기와 모바일 뱅킹 사용 증가로 창구를 찾는 사람들이 적어지니, 창구 직원으 수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는 의사나 약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에도 이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수요는 감소하는데, 공급은 증가하는 경우는, 그야말로 최악의 경우이다.  그런데, 많은 일자리가 여기에 속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계와 컴퓨터의 발달로 많은 일들이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될 뿐 아니라, 생산성마저 높아지니 노동력의 수요는 점점 더 감소하고, 그럴수록 한정된 일자리는 두고 더 많은 사람들이 경쟁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3. 노동시장에서도 수요와 공급의 원리는 중요하다.


조류독감으로 계란이 부족하면 계란값이 오르고, 사과 풍년으로 사과가 많아지면 사과값이 내려가는 것은 우리가 너무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시장 경제의 원리이다. 


이러한 시장 경제의 원리는 노동시장에서도 통한다. 노동시장에서의 수요는 "일자리"다. 공급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싶은 "구직자"다. 일자리가 많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적으면 구직자의 몸값은 올라간다. 경제가 고도로 성장하던 시기에는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많았기 때문에, 즉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개인이 잘 준비되어 있었다면 일자리를 찾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일자리는 적고, 그 일자리를 원하는 구직자는 많은 요즘의 시대에는 몸값을 낮춰도 갈 곳이 없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사회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은 구직자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내 탓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니 나는 할 것이 없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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