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디지털 소외문제
** 본 칼럼은 SK대학생자원봉사단SUNNY 와글와글 인생글에서 제작한 칼럼임을 밝힙니다.
일상에 쓰이는 필수적인 기술 및 장치들은 점차 고도화되고 있지만, 그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대부분의 노령층들은 기술을 사용하는 데 불편함을 겪고 있다. 일부 노인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디지털 공간에 진입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즉,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의 장치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모든 기능을 다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반해, 노인들은 기술에 대한 이해나 관련 기기 사용법을 따라가지 못한다. 자연스레 디지털 소외계층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노인분들이 현대 디지털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불편함들을 겪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 본 인터뷰에 등장하는 채정옥 씨는 가상 인물임을 밝힙니다.)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올해 71살 채정옥입니다.
반갑습니다. 말씀 편하게 해 주셔도 됩니다. 정옥 할머님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계신가요?
나두 스마트폰 있긴 하지. 근데 요즘은 쓰지도 못하는 걸 가지고 있어봐야 뭐하냐는 생각이 자꾸 들어. 이것도 내가 바꾸고 싶어서 바꾼 게 아니었거든. 휴대폰 회사에서 전화번호를 바꾸면 휴대폰을 좋은걸루다가 공짜로 바꿔준다길래 바꾼 거였는데, 뭐 쓸 줄 아는 기능이 몇 개밖에 없으니 너무 불편하고 짜증나.
그렇다면 가족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에 대해 물어본 적은 없으셨나요?
그래서 나두 스마트폰을 잘 써보고 싶은 마음에 우리 딸래미한테 알려 달라고는 해봤지. 근데 백날천날 설명을 해줘도 내가 이해를 못하니… 이제는 짜증만 내고 알려주지를 않아. 손주들도 처음에는 잘 알려주나 싶더니 요즘은 내 휴대폰 쳐다도 안 보더라고. 나두 휴대폰으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 듣고 싶은데.. 정말 답답해. 나 식당일 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요즘 많이 힘들거든. 무슨 배달앱이니 뭐니 하는 것땜에…
할머님네 식당에서는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고 계신가요?
나도 시도를 해본 적은 있었어. 우리 백반집이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변에 회사들이 많아서 옛날에는 점심시간에 직장인들로 북적북적 했었거든. 근데 요즘은 휴대폰 몇 번 누르기만 하면 다들 회사에서 맛난 거 시켜먹을 수 있으니까, 굳이 우리 식당까지 올 필요가 없는거야.. 그것 때문에 매출이 너무 줄어서 나도 입점 신청을 하고 한번 이용해 봤지. 근데 지금은 안 해.
지금은 이용하지 않고 계시다니,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그게 너무 어렵더라고. 손님이 어떤 메뉴를 주문했는지 확인하는 것조차 나한테는 너무 어렵고… 하루는 내가 어디에 가봐야 해서 일찍 마감을 하고 나왔던 날이 있었어. 그 때 배달 영업 종료 버튼을 누르고 나왔어야 했는데, 실수로 다른 이상한 버튼을 누르고 나가 버린거야.. 그래서 손님분들이 주문을 해 두시고 배달이 한시간 넘게 안 오니까 항의 전화를 엄청 했었어. 그 때 어찌나 죄송하던지…. 너무 당황해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지. 그 날 이후로 그냥 온라인 배달 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있어. 나도 모르게 또 다시 실수할까 봐 무섭거든.. 나도 젊었을 적에는 새로운 기능같은거 한번에 잘 이해했는데, 나이 먹어서 그런가 이제는 그게 잘 안돼.
새로운 기능을 숙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계시군요. 그 외에도 디지털 기기들로 인해 일상 생활에서 불편함을 겪었던 일 혹시 있으셨나요?
아 저번에는 부부동반모임에 갔어. 오랜만에 기분 좀 내보려고 햄버거 집에 갔는데 글쎄 카운터에 직원 한 명 없고 기계 두 대만 떡하니 놓여있는거야. 어찌나 당황스럽든지. 남편보고 이것 좀 해보라고 했는데, 할아범은 그냥 고철 덩어리 아니냐고 하면서 나 몰라라 하더라고. 나는 배가 고파서 어떻게든 주문해보려고 했는데, 뭘 누르기도 전에 화면이 자꾸 맨 처음으로 돌아가서 결국 직원을 찾아 불렀어.
그럼 그 때 직원분의 도움으로 주문은 잘 하셨나요?
주문이야 잘 했는데… 그 직원 아가씨도 자기 할 일로 바빴는지 우리한테 은근슬쩍 왜 이것도 못하느냐고 뭐라고 하더라고. 주문은 주문대로 늦어지고, 난 할 줄 몰라서 배우려는 마음으로 물어본건데, 면박을 주니 내 기분도 나빠지고…. 그래서 그 가게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 낯선 기계 앞에서 당황하고 진땀 빼느니, 그냥 안 먹을래.
그런 디지털 정보 격차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할머님의 의견을 듣고싶어요.
이번 인터뷰로 나도 내가 얼마나 답답한 환경에 놓여있는지를 새삼 느꼈어. 알고 싶어도 어디 도움 받을 곳이 없는 신세라는 걸 말이야… 하루 빨리 나 같은 노인들을 위한 서비스가 나오면 좋겠어. 들어보니까 요즘은 은행에서 휴대폰으로 뭘 가입한 사람한테만 혜택을 주는 그런 서비스도 있더라구. 나도 그 혜택 받고 싶었는데, 할 줄을 몰라서. 딸래미한테 부탁하려구 했는데 자꾸 까먹는 바람에 결국 신청 기간을 놓쳤거든… 우리 노인들은 그런 혜택을 챙기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나는 젊은 이들이 나같은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 우리는 이제 나이가 들어서 뭘 배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우리가 조금 느리더라두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고, 또 우리가 이렇게 조금이라도 배워 나가려는 모습을 좋게 봐준다면, 우리들도 기죽지 않구 이 사회의 흐름에 따라갈 수 있도록 더 노력할 수 있을거야. 이제 100세 시대인 만큼 노인들도 우리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 이 사실을 잊지 말아줘.
실제로 노인들은 점차 발전해가는 디지털 기술의 속도에 발 맞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을까? 최근 호주 RMIT 대학에서는 70대 이상 연령의 노인을 대상으로 모바일 기술 사용에 관련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상당수의 노인 인구가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디지털 기기들을 소유하고 있지만, 기술의 사용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도출됐다. 디지털 기기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디지털 기술을 다루는 데 있어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본인들의 자녀로부터 기술 교육과 관련한 지원을 받는데 있어서도 부족함이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해 노인들은 기술 사용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히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조사에 참여한 과반수 이상의 노인들은, 가족이 자신에게 디지털 기기 사용 방법에 대해 알려줄 시간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 RMIT 대학 연구팀은 이와 같은 가족 구성원들의 태도는 결과적으로 “매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노인들은 기술 사용 방법을 알고 싶어도, 주변 사람들의 외면으로 인해 결국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디지털 기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 RMIT 대학)
설문조사에 참여한 노인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법을 활용하여 기술 조언을 얻고 있는가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기술 조언이 필요한 노인들 중 44%는 성인 자녀에게 도움을 구하기 위해 먼저 다가가서 물었고, 23%는 성인 자녀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을 차선책으로 보았다고 답했다. 자녀들에게 묻는 것을 2순위로 둔 것은 본인의 자녀들이 늘 긍정적인 태도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자녀들에게서 자신을 도울 의지와 인내심이 없다는 것을 느껴, 도움을 구하는 것이 꺼려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노인에 대한 청년 세대의 무관심으로 인해 많은 노인들이 발전해가는 사회와 멈춰 있는 자신 사이의 간극을 느끼고 새로운 기술에 대해 배우려는 의지마저 잃어버리고 만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정서적 긴장감을 느끼고, 자신이 기술적 측면에 있어 미숙하다는 것을 보이고 싶지 않은 노인들의 심리 또한 반영되어 있다. 혹은 원만한 가족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자녀에게 기술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는 분,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묻지 않는 분 등 여러 사례들을 엿볼 수 있었다. 현 시대의 노인들은, 기술 사용 방법을 모른다는 일차적인 문제와 더불어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 반응이라는 이차적인 문제까지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수많은 노인들이 타인의 좋지 않은 시선으로 인해 디지털 소외 계층이 되어가고 있다. 이는 노인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며, 그들의 정보격차와 디지털 소외로 인한 불이익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다른 사례로는 최근 SNS에서 경기도 고속버스가 앱을 이용해 좌석을 예매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사람이 있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앱을 다룰 줄 아는 본인은 미리 온라인 예매를 했기 때문에 버스를 탈 수 있었지만, 노인들은 여전히 일찍부터 줄을 서서 선착순으로 버스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플을 통해 예매한 사람들이 먼저 버스에 탑승하다 보니, 현장에서 기다리던 노인 몇 분 중 일부는 결국 버스에 타지 못했다. 어플이 주는 편리성이 크다는 점, 오프라인 예매보다 적은 시간이 든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스마트폰을 다루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에게는 젊은 세대들과 동등하게 편리함을 누리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사례로,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마스크의 수요가 급증하자 마스크 재고량을 알려주는 각종 어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쉽게 다루는 청년 세대들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반면에,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것에 서툰 노인층들은 모바일을 통해 정보를 얻지 못하고 약국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발로 뛸 수밖에 없다. 앱을 다운로드 받는 것에서부터 직접 사용하는 것까지 그 방법을 알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에서 나타나는 세대 간의 정보 격차로 인한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기술의 편리함에서 소외된 노인들의 디지털 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은 근본적으로 공동체의 편리한 삶을 목적으로 한다. 각종 디지털 온라인 서비스 역시, 외면당한 소외 계층이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그 편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젊은 세대와 고령층 사이의 디지털 양극화가 더욱 커지기 전에, 우리 모두가 이들을 포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관심을 보여야 한다. 또한 오늘의 젊은이는, 오늘의 노인이 결국 미래의 내 모습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모두가 더불어 살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다.
(설문조사 출처 : RMIT 대학 마케팅 선임 강사 베르나르도 피게이레도, 토르게이르 알레티 박사 )
SK 대학생봉사단 SUNNY 와글와글 콘텐츠 열람 후 노인인식 개선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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