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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민 May 30. 2020

노인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

** SK 대학생자원봉사단 SUNNY 와글와글 인생글 팀에서 제작한 칼럼임을 밝힙니다.

2020년 3월 기준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고령인구 비율(65세 이상의 고령자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8%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현재 기대수명의 증가 및 의료기술의 발달 등을 요인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의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추세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의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그만큼의 관심을 쏟고 있을까?


노인이 체감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한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 본 인터뷰에 등장하는 최순자 씨는 가상 인물임을 밝힙니다.)


Q. 안녕하세요 어르신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올해 일흔넷 된 최순자입니다.


Q. 어르신의 일생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네 저는 10년전 까지만 해도 전통시장 안에서 40년동안 제과점을 운영했었어요. 유명한 제빵사들 쫒아 다니고 밤낮없이 열심히 연구해서 제 남편과 함께 시작했었죠.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제과점... 그 당시 다른 지역에서 찾아올 정도로 유명했었죠. 그런데 시장 근처에 편의점과 대형마트들,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들어오고 그쪽으로 몰리더라고요. 우리랑 같이 시작했던 옆에 치킨집이랑 떡집도 이제 그만둔 지 오래에요.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빵들이나 빙수보다는 마카롱과 같은 것들을 찾아서 장사가 잘 안돼요. IMF같은 경제위기도 보다 요즘 사람들 입맛 맞추는 게 더 힘들더라고요. 이제 나이도 먹고 힘들어서 장사는 그만두게 되었어요.


Q. 말씀 편하게 해주셔도 됩니다. 어르신. 40년 동안 제과점을 운영하셨으면 애착도 많으셨을 텐데 아쉬우시겠어요.

맘만 같으면 난 다시 하고 싶지. 근데 남편이 많이 아파서 이제 곁에 없어. 자식들도 이제 다 서울로 올라가버렸고 난 이제 혼자야 남편이 많이 보고 싶어. 남편이 죽을 땐 나도 같이 가고 싶었어. 한평생 둘만은 같이 있자고 했었는데. 사실 남편이 떠난 후에 인생에 회의감이 많이 들더라고. 병원에 갔더니 우울증이라고 하데? 맨날 혼자 집에 있으니까 외롭고 쓸쓸해. 그래서 더 밝고 열심히 살려고 다시 장사를 시작해볼까 했지.


Q. 장사를 재개하시지 않으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내 자식놈들이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포기했지. 요양원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난 그래도 아직 건강한데 애들은 내가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하나 봐. 자식놈들 키워봤자 아무 쓸모도 없다고. 우리 남편 재산으로 저희들끼리 싸우고 있어. 1년에 한번 내려오지도 않으면서 그런 모습 보면 가슴이 좀 쓰려. 다들 자기 가정 책임져야 되고, 먹고 살기 바쁘니 한편으로 이해가 가기도 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고 내가 짐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 그래도 누구들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녀석들...


Q. 요즘 우울증은 좀 괜찮으신가요?

조금이라도 밝고 적극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야. 많이 생각해봤는데 난 우리 선생이랑 제과점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 그래서 그래도 요즘 문화센터에서 제과기술을 배우러 가고 있어. 아동복지센터에서 봉사도 시작했는데 집에서 빵 구워서 애들 가져다 주기도 하고 그래. 애들보니까 자식들 키울 때 생각나고 좋아. 나도 점점 나이를 먹고 있고 언제 병에 걸리고 죽을지도 모르니 남아 있는 일생만큼은 보람있게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


Q. 자식들을 많이 생각하시는 것 같으신데, 연락은 자주 하세요?

전화 거는 것조차 망설여져. 혹시 지금 바쁘진 않을까, 내가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싶어서. 알아서 잘 지내는 것으로도 난 너무 고마워.


Q. 오늘 인터뷰 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오랜만에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정말 즐거웠고 고마워. 내 새끼들 생각나고 좋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때때로 젊은 사람들은 우리가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해. 우리의 의사는 물어보지 않은 채 그들의 기준에서 우리가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지. 우리 노인들은 젊은이들이 부양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도 능동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


노년기에는 은퇴로 인한 경제적 결핍, 사회적 역할상실, 주변인과의 사별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고독, 상실 등의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게 되고, 심신의 기능 저하로 인해 건강 문제가 발생하는 등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저하된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우울 증상을 겪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만 73명 중 21.1%가 우울 증상을 겪고 있다. 그 비율은 65~69세가 15.1%, 70~74세가 18.2%, 75세~79가 23.6%, 80~84세가 30.7%, 85세 이상은 33.1%로 조사되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우울 증상을 겪는 비율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독거노인의 경우 2,416명 중 730명(30.2%)이 우울하다고 답했다. 노인부부 4,908명 중 804명(16.4%)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독거노인의 경우 배우자와 함께 거주하는 노인에 비해 정신 · 신체적 건강이 취약하여 우울증 유병률이 더 높다. 이는 노인의 고혈압, 심장병 등 순환기 질환이나 치매와 같은 정신질환 등의 합병증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처럼 인간은 노화됨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를 겪는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노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힘겹게 만드는 여러 가지 요인 중 일부일 뿐이다. 노인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그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다. 가족과 사회에서 노년은 부담스러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노인이 부정되는 이유로써, 연령차별이 일상생활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노인은 사회에서 비생산적이고, 무능력하고, 권위적이라고 규정되어 결국 노인의 의견을 묵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한 마디로 노년의 몸, 인지능력, 태도가 부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사회를 구성하는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노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며, 타자가 아닌 같은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시선을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SKSUNNY 와글와글 인생글 칼럼 인식개선 관련 설문지

https://forms.gle/PajLkCjjC5F6foXF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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