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우는 놈이 나쁜 놈 아닌가요?
아무리 쿨한 사람이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배우자나 연인의 휴대전화를 몰래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 외도나 바람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참기 어렵다. 개인과 관련된 대부분의 정보가 스마트폰 속에 들어있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니, 현대인에게 휴대전화는 분신과 같다. 실제로 이혼소송에서도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밝히는 주요 증거는 배우자의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배우자의 휴대전화에서 외도의 증거를 발견하여 이를 증거로 수집하였다면 이는 형사 처벌이 될까? 우리의 정서와는 다소 맞지 않지만,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타인의 핸드폰을 훔쳐보는 행위가 무조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핸드폰을 훔쳐보면서 핸드폰에 저장된 타인의 '비밀'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형법상 비밀침해죄 또는 정보통신망법상 비밀침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 형법상 비밀침해죄로 처벌받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정보통신망법상 비밀침해죄로 처벌받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형법 제316조(비밀침해) ①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또는 도화를 개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도화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알아낸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정보통신망법 제49조(비밀 등의 보호)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ㆍ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ㆍ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71조(벌칙) ①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1. 제49조를 위반하여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ㆍ도용 또는 누설한 자
그렇다면 비밀침해죄에서 보호하는 '비밀'이란 무엇일까? 판례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외도 사실'은 개인의 비밀로 인정될 수 있고, 따라서 배우자의 휴대전화를 몰래 보고 외도의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비밀침해'로 인정된다.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몰래 보았으나 '비밀'에 해당하는 사실이나 정보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면 비밀침해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대법원은 타인의 '정보'와 타인의 '비밀'을 다른 것으로 구별하고 있다. 타인의 이메일을 출력한 사안에 대해서 대법원은 이메일 등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보관되는 모든 정보가 타인의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그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비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고의 없이 우연히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본 경우에도 비밀침해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연히 테이블 위에 올려진 연인의 휴대전화에 온 메시지 알람을 본 경우에는 비밀침해의 고의를 부인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바람이 의심되는 메시지 알람을 보고 거기서 멈추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이게 뭐야. 혹시 바람피우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휴대전화를 열어 전후의 메시지들을 재차 확인하였다면 비밀침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
한편, 형법상 비밀침해죄와 정보통신망법상 비밀침해죄는 그 요건을 일부 달리한다. 형법상 비밀침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비밀을 침해하여야 하고, 정보통신망법상 비밀침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 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하여야 한다. 비밀번호가 걸려있지 않은 휴대전화를 훔쳐보는 경우 형법상 비밀침해죄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정보통신망법상 비밀침해죄에는 해당한다. 형법상 비밀침해죄와 정보통신망법상 비밀침해죄 모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실무상 정보통신망법상 비밀침해죄로 처벌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혼소송에서 배우자의 외도를 입증하기 위해서 배우자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이나 메시지들을 증거로 사용하는 경우, 정당행위 등을 주장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법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 등 위법성 조각사유를 상당히 엄격하게 인정하고 있으며, 대법원은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유만으로는 비밀침해 행위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탐정을 붙이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배우자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메시지나 사진이 없이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이혼소송에서의 유불리, 형사처벌의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응 방안을 정하여야 한다. 형사 처벌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이혼 소송에 해당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는 것이 유리한가를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비밀침해죄로 형사 고소를 당하더라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양형 변론을 하여야 한다. 만약 배우자 간에, 연인 간에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사이였다면 비밀침해 자체 또는 비밀침해의 고의를 부인할 수도 있다.
연인, 배우자를 배신하는 행위와 그러한 배신행위를 확인하기 위해 상대방의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것 중 무엇이 더 나쁜 행동일까? 배신당하는 피해자(?)는 마냥 당하고만 있어야 한다는 것일까? 배우자의 외도 장면-특히 정사 현장-을 확인하기 위하여 상간자의 집에 침입하는 것, 상간자의 외도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도 이와 같다. 법에는 감정이 없다. 감정이 없는 법과 사회구성원의 법감정 사이의 화해를 도모하는 것이 법조인에게 부과된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