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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프로 Aug 13. 2021

EP2. 대한민국의 대형로펌

대형로펌 변호사의실제


우리나라의 대형 로펌으로는 6대 로펌인 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화우를 꼽을 수 있다. 김앤장, 광장, 세종은 강북에, 태평양, 율촌, 화우는 강남에 있었으나 최근 태평양이 강북으로 이전하면서 강북에 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이 모이게 되었다. 현재 강북에 있는 로펌들은 도보로 10분 내지 15분 거리인 광화문, 을지로 일대에 모여 있다.


2020년 말 기준 각 로펌의 변호사 숫자(외국 변호사 포함)는 김앤장 1,049명, 광장 639명, 태평양 532명, 세종 491명, 율촌 390명, 화우 345명으로 3대 로펌인 김앤장, 광장, 태평양과 나머지 로펌은 규모 차이가 있고,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사이에도 큰 차이가 있다. 김앤장은 서울대 광장과 태평양은 고려대와 연세대 느낌이다.


로펌 내에는 M&A, 금융, 조세, 부동산, 노동, 공정거래, 형사, 송무 등 다양한 전문그룹이 있고, 각 그룹별로 변호사가 있다. 그 외에 회계사, 변리사, 노무사 등 전문가들이 있는데, 변호사와 기타 전문가들은 '프로'라고 통칭한다. 로펌에는 프로뿐만 아니라 비서, 송무 직원, 행정 직원 등 로펌의 업무를 지원하는 중요한 조력자가 있다.


변호사는 파트너 변호사와 어쏘 변호사(어쏘시에이트 변호사)로 나뉘는데 파트너 변호사들은 사건을 수임하고 자신이 일한 만큼 보수를 받는다. 어쏘 변호사는 파트너가 수임한 사건을 수행하고 일반적인 회사원과 같이 월급을 받으며 업무 성과에 따라 상여금을 받는다. 로펌마다 다르기는 하나 보통 어쏘 변호사는 사건을 수임하더라도 그에 대한 별도의 대가를 받지는 않는다(오히려 사건을 수임하면 추가로 받는 보수는 없이 수행해야 하는 일만 늘어날 수 있으므로 사건을 수임할 수 있어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형 로펌 변호사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역시나 연봉이다. 로스쿨이 도입된 이후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대형 로펌에 들어가더라도 이전과 같이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들이 있었으나 이는 풍문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1년 차 신입 변호사들의 연봉도 1억 원이 훌쩍 넘는다. 이 외에 점심 및 저녁 식대, 야근 택시비, 통신비 등이 지원되고, 2년에 한 번씩 스마트폰도 제공된다. 로펌에 따라서 피트니스 비용, 도서 구입비용이 지원되기도 한다.


대형 로펌의 가장 큰 복지로는 역시 유학을 꼽을 수 있다. 로펌마다 차이는 있으나 어쏘 변호사는 보통 7년 차 또는 8년 차에 로펌에서 지원하는 유학 프로그램에 따라 해외 로스쿨로 유학을 갈 수 있으며, 학비와 생활비가 로펌 비용으로 지원된다.


모든 변호사들에게는 도심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개인 사무실이 제공되고,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개인 비서도 지원된다. 이 외에도 외부 일정이 있는 경우 회사 차량이 제공되는데, 최고급 세단 차량에 최고급 운전 실력을 보유한 기사님들이 집 앞으로 와 나를 태우고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 차 안에는 은은한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좌석 옆 컵홀더에는 생수가 준비되어 있으며, 행여나 내 발이 불편할까 내 좌석 앞자리인 조수석은 앞으로 최대한 당겨서 접혀 있다. 기사님이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는 차에 올라타며 '이게 바로 대형 로펌 라이프인가'라는 생각도 아주 잠깐 한 적이 있다.


드라마 '하이에나' 중 대형 로펌 송&김 변호사 윤희재가 중앙지법 재판에 들어가기 직전 회사 차량에서 관련 뉴스를 확인하는 장면 [출처: 드라마 '하이에나' 캡처]


로펌의 이러한 지원이 변호사가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임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회사 차량으로 시간에 맞춰 쾌적하게 이동하기에 이동하면서 쓸모없이 소비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고, 매일 야근을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사무실에서 야경도 보게 된다. 업무에 치여 밥때를 놓쳐 배달하거나 포장한 음식으로 대충 사무실에서 혼자 끼니를 때우는 일도 부지기수다. 나야 검사로 근무할 때 소위 '밥총무'에 학을 떼 혼밥을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었지만, 한 달 식사의 80% 정도를 혼자 먹고 나면 절로 밥 먹을 때 사람이 보고 싶어 진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일주일, 한 달이 금방 지나간다. '워라밸'을 찾기 어려운 구조이다 보니 중간에 변호사들의 퇴직도 잦다(친한 변호사 중 한 명은 워라밸이 아닌 '워돈밸'이 안 맞는다고 하기도 한다.). 사실 변호사 업계 자체가 이직이 잦다. 중형 로펌에 대형 로펌으로 이직을 하기도 하고, 대형 로펌에서 조금 더 큰 대형 로펌으로 이직을 하기도 한다. 대형 로펌을 그만둔 변호사들은 사내변호사로 이직하기도 하고, 개업을 하기도 하며, 요즘에는 플랫폼 사업 등 아예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기도 한다. 1년 차 때 같이 입사한 동기들은 3-4년만 지나도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로펌 입장에서도 '많은 어쏘 변호사들이 몇 년 안에 이탈할 것을 알기에 그것까지 감안해서 채용을 한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오늘의 노래는 <선우정아 - 멀티 플레이어>

아주 좋아하는 선우정아 가수가 2019. 12. 12. 발매한 정규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발매일에 야근을 하면서 노래를 들었는데 주옥같은 가사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이 되면 나도 이용해야지 똑똑하고 성실한 아직은 빛 바래기 전의 보석 같은 너를"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요즈음은 신입 변호사님들을 볼 때 가끔 저 가사가 오버랩된다.

원석 같은 후배와 동료들이 빛을 잊지 않고 모두들 아름답고 단단한 보석이 되길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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