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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 Jul 24. 2021

끌고 가야 하는 사람

어릴 때 구전동화로 많이 듣던 이야기 중에 해와 바람 이야기가 있다.

해와 바람이 어느 날 길을 가는 한 나그네의 겉옷을 벗기는 내기를 한다.

바람은 자신의 입김을 불어 나그네의 겉옷을 벗길 수 있다고 장담했고, 열심히 불어댔지만 강해지는 입김만큼 나그네가 옷을 더욱 단단히 여며 결국 벗기지 못했다.

그런 바람을 뒤로하고, 해가 뜨거운 햇빛을 쨍쨍 내비친다. 더욱 뜨겁고 강하게. 그러자 나그네는 땀을 뻘뻘 흘리다 결국 겉옷을 벗어 버렸다.


의지란 이런 것이다.

스스로 따라와 준다면 가장 좋지만 뭐든 억지로 시킬 수 없는 게 사람이다.

억지로 데리고 가야 한다면 끌려 오는 사람도 힘들지만, 끌고 가야 하는 사람도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내 뜻대로만 되지 않는 법…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덜 스트레스를 받을까.


교과서적인 답변은 아마도 그 대상의 마음을 움직여 보라는 게 되겠지만

참 쉬운 게 말이다. 그렇게 쉬웠으면 고민을 하지 않았겠지.


회사에서의 일에서도, 개인의 삶에서도 끌고 가야 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어쩌면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문이 든다. 아마도 이 길이 아닌가, 내 선택이 잘못됐나, 내 욕심인가.


개인적 삶에서의 끌고 가야 하는 사람에 대해서, 끌고 가려는 게 내 욕심이라면, 조금 억울한 마음도 든다.

다른 욕심 안 부리고 살았는데 이마저 욕심이라 한다면, 내게 주어진 것은 어디까지였을까.


한여름의 뜨겁고 무거운 공기만큼이나 마음도 무겁다.


조금만 더 내가 현명했으면,

조금 더 지혜로울 수 있다면,

덜 속상할까.


때로는 나도 그냥 모르는 척 내가 끌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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