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에게 느끼는 이상한 자격지심

꼰대의 고백

by 힘내자



1년 전, 준비한 앵콜곡까지 모조리 쏟아냈는데도 관객들의 앵콜이 이어지자 기타가 이야기했다.(기타를 담당하는 친구를 기타라고 칭하겠다)

"'금요일에 만나요' 할 수 있습니다."


'아이유의 금요일에 만나요'


아이유가 2013년 본인 나이 20살에 작곡하여 발표한 이 곡은 아이유의 사랑스러운 목소리와 간질간질한 가사, 달달한 기타 선율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히트곡이다.


마침 금요일이기도 한 그날, 이 곡을 불렀더라면 반응이 좋았겠지만 그 당시 나는 이 노래를 잘 몰랐다. 듣기만 했지 불러본 적이 없던 노래라서 다음에 해보자고 하고 넘어갔다.


그 후 다른 공연을 앞두고 할 수 있는 곡들을 체크하면서 이 곡은 또 등장했다.

30대 기타는 이 노래의 통통 튀는 인트로를 맛깔나게 연주했다. 딱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기타 연주법이었는데 그에 반해 나는 이 노래를 불러볼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연습이 부족해, 불러보지 않았어라고 변명하기엔 뭔가 찝찝했던 이유가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듯싶었다.




왜 부를 생각을 못했을까? 왜 자꾸 나는 이 노래를 부르기를 주저하는 것일까?

음악 사이트에서 검색한 후 자리 잡고 이 노래를 들어보았다.

내가 늘 듣던 그 노래 맞는데, 왜 이러지?

따라 불러보았다. 스윙리듬이 가미된 노래라서 리듬만 잘 타면 그다지 어렵지도 않은데 도대체 왜 나는 부르고 싶지 않았던 걸까?

뭔가 근원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쯤에서 고백해야겠다.(이 고백을 앞두고 계속 글 쓰는 걸 주저하게 된다)

나에게 이상한 심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동안 나보다 나이 많은 가수의 노래들만 부르기를 원했다.

장혜진, 이은미, 서영은, 자우림, 왁스 등등. 좋게 말하면 내 감수성이 한참 깊을 때 함께 했던 가수들의 노래를 선호한다는 게 맞을 거다. 내 추억 속의 가수들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유에게 이상한 자격지심도 분명히 있었다.

아이유는 직접 곡도 만들고 작사도 하는 뮤지션인데 너 같이 아직 인생을 덜 산 아이가 인생의 깊이를 어찌 알겠니 싶은 마음이 컸다는 것을 고백한다.(와, 적고 보니 완전 꼰대 중에 최고봉이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

정말 이상한 심보라는 걸 인정한다.


아이유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이유를 정말 좋아한다.

단지 '나이'를 걸고넘어지는 중인 거다.(이런 쓰레기를 봤나)


왜 나는 '나이'에 집착하는 것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공짜로 먹는 그 나이가 무슨 벼슬이라고 이렇게 부심을 부리는 것인지, 내가 이렇게 나이 부심을 부리는 것을 아이유의 노래가 가시가 되어 나를 자꾸 찌르고 있었다.




이런 생각 중에 불현듯 예전에 봤던 한 영상이 떠올라서 찾아봤다.


가수 정수라가 부른 아이유의 'Love poem'


https://youtu.be/jGE6r3-DzUs



정수라는 이 노래를 부르기 전, '러브 포엠'이 자신의 불후의 명곡이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을 주는 노래다. 나 역시 힘들 때마다 이 노래를 들으니까 많이 위로가 됐다. 이 노래는 사실 나 자신한테 부르는 사랑의 시다"고 선곡 이유를 밝혔다.


이 노래를 듣고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났다.

러브 포엠을 커버한 가수들 중, 나에게 주는 울림이 제일 컸다.

정수라는 온 힘을 다해 자기만의 스타일대로 노래를 불렀다. 그 나름의 위로가 정말 좋았다.

알다시피 정수라는 환갑을 앞둔, 우리 시대 초대박 가수이다.

이런 가수가 아이유의 노래에 감동받고 커버까지 해서 불렀다는 것.

나이 운운해가며 이상한 고집을 부렸던 내가 할말이 없어지 게 만드는 대가수의 노래.


명곡은 누가 불러도 명곡인 것이다.


내가 할 일은 그 명곡을 잘 살리기 위해 노래를 연구하고 나만의 스타일대로 부르면 되는 거다.

노래를 한다는 사람이,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에 집중을 하지 않고 전혀 상관이 없는 가수의 나이를 따지고 있는 게 정말 한심할 따름이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세상을 잘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안다. 나이는 감수성의 깊이를 설명해 주는 잣대가 아니다.

나이 많은 나는 아이유보다 깊은 감성을 잘 표현하며 노래할 수 있나? 그걸 생각해 보면 내가 했던 생각들이 부끄러워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요즘엔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비록 간질간질한 가사는 아직도 적응이 안 돼 부르다 현타가 올때도 있지만, 최대한 금요일이 기다려지는 척,

연애하는 사람이 있는 척, 사랑에 빠지지 않곤 못 베기는 척하면서 열심히 부르고 있다. 정말 좋은 곡이라는 걸 느끼면서 말이다.


내가 마음을 주면 동요도 나에게 진심인 노래가 될 것이다.






아이유의 '금요일에 만나요' 감상해보세요^^


https://youtu.be/EiVmQZwJh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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