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잘못 걸렸어

놈의 명복을 빈다

by 힘내자




느낌이 싸했다.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내 옆을 잽싸게 지나간 것 같았다. 칼질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휙!

고요한 정적, 등에 흐르는 식은땀, 그리고 나도 모르게 꿀꺽 삼킨 입속의 침.

원치 않은 녀석의 등장이 분명했다.


요 며칠, 가게 구석구석이 이상했다. 새끼손톱만 한 노란 스티로폼들이 바닥에 널려있고 이상한 검은 알갱이들이 여기저기 즐비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치우기를 여러 번.

처음 한두 번은 그저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긴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아침, 같은 자리에 생기는 그것들은 마치 잠들고 나면 알아서 구두를 만들어 놓고 갔다던 요정들이 왔다 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또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쯤 되면 알만한 사람들은 다 눈치챘을 것이다. 그놈의 정체를.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제발 그 녀석이 아니기만을 바랐다. 그저 잠시 들어왔다가 나간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그놈의 정체를 확신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퇴근하기 전, 주방을 정리하면서 실수로 떨어트린 밥풀 뭉치를 그날은 치우고 싶지 않았다. 이상한 촉으로 그냥 놔둬보고 싶었다. 밥풀의 위치를 정확하게 기억한 후 퇴근했고 다음날 아침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게에 들어갔다. 괜히 살금살금.


밥풀 뭉치가 사라졌다! 하룻밤 사이에 딱딱하게 말라 있어야 했던 밥풀은 한 톨도 남김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쥐. 식당에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생명체 중에 하나인 그놈이 확실했다. 아직 내 두 눈으로 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일하는 이곳에 나와 같이 숨 쉬고 있는 그놈을 잡아야 했다.


사장에게 이야기했다.


“오빠, 가게에 쥐가 있는 것 같아.(지인이라 손님들 없을 땐 오빠라고 부른다)

“뭐라고? 확실해?”


나는 그동안 내가 겪었던 일들과 증거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장의 눈이 날카롭게 반짝거렸다. 그 눈빛의 의미를 알 것 같기도 했다. 그것은 열받음과 동시에 오랜만의 사냥에 흥분한 맹수의 으르렁 거림이었다.


사장은 가게 구석구석을 살피기 시작했다. 노란 스티로폼이 떨어진 곳을 중점으로 탐문했다. 역시 노련하다. 오래전부터 이어온 악연으로 그놈들의 특성과 습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게 찾은 곳은 바로 천장. 가게 천장은 노출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바깥과 가게를 구분하는 벽 중에 스티로폼으로 된 곳이 있었던 것이다.

구멍은 상당히 컸다. 하긴 스티로폼 사이에 대놓은 자재들도 다 물어뜯고 들어올 정도면 보통 놈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사장의 눈빛은 더더욱 날카로워졌다.


"이 개새끼. 넌 이제 죽었어."


사장의 선전포고에 순간 움찔했지만 나는 그 순간 어이없게도 사장의 말을 정정해주고 싶었다.


"오빠, 저기... 개새끼가 아니라 쥐새끼야."(왜 애먼 개를 욕하는지. 집에서 개도 키우는 사람이)


사장은 듣는 시늉도 하지 않고 쥐 끈끈이를 사 왔다. 6개나. 사냥을 앞둔 사장은 끈끈이를 어떻게 쓰면 되는지 나에게 일장 연설을 했다. 그러면서 왕년에 팔뚝만 한 쥐를 잡았던 무용담을 풀어놓으며 백발백중 이번에도 절대 놓치지 않고 박멸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사장은 쥐가 다닐만한 곳에 끈끈이를 놓고선 또 개새끼들이라고 욕을 뱉은 뒤 두 손을 탁탁 털고 의기양양하게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한 이틀은 조용했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끈끈이들을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역시 놈들은 보통이 아니었다. 마치 너희들이 무슨 짓을 해놨는지 다 안다는 듯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아직 잡히지 않은 놈들 때문에 불안한 나는 등이 찌릿찌릿했다.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 같은 놈들의 시선이 괜히 느껴져서 불편했다. 얼른 잡히길 소망하며 끈끈이를 이리저리 옮겨보기도 했다.


그렇게 삼일째가 되던 날.

사장과 나는 마감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둘 사이를 가로질러 무언가가 재빨리 움직이는 게 아닌가.

동시에 멈춤. 나는 놀라고 사장은 미소를 지었다.


"봤냐?"

"응."

"하! 간댕이 부은 이 개새끼 보소."


덜덜 떨며 서있는 와중에도 나는 생각했다. '개새끼가 아니라 쥐새끼라고.'


이제 사장의 본격적인 사냥이 시작되었다. 놈의 위치도 정확하게 파악했겠다 도주로를 막기만 하면 된다. 사장은 끈끈이를 놈이 움직일만한 곳으로 옮겼다. 나는 아예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10분 뒤.


"야! 잡았다!"


하아. 드디어 놈이 검거되었다. 그동안 소리 없이 다니던 놈은 정체가 들통나자 엄청나게 큰소리로 찍찍거리며 발버둥을 쳤다. 사장은 신나는 목소리로 얼른 와서 보라고 난리였다. 자기가 잡은 사냥감을 확인하라고 계속 독촉했다.

마지못해 가서 확인한 녀석의 실체를 보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얼마나 잘 먹고 다녔던 건지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나는 쥐의 꼬리가 그렇게 통통한 것은 처음 봤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30센티는 되는 것 같았다. 워! 이 정도면 고양이도 거뜬히 이기겠는 걸.



사장은 끈끈이를 반으로 접어 검은 비닐에 담았다. 계속 움직이며 마지막까지 발악하는 그놈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 쥐불놀이하듯 팔을 크게 휙휙 돌리고서는 바닥에 내리쳤다. 마치 가게에 들어와 호식한 놈을 처벌하듯이. 바닥에 내쳐진 녀석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놈의 명복을 빈다.






그 이후로는 놈들을 볼 수 없었다. 놈들이 다니던 구멍도 완벽하게 다 막았고 혹시나 다른 곳을 통해 들어오지는 않을지 매일 확인했지만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정말 두 번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존재.

어차피 서로 만나봤자 좋은 일 없을 우리 사이.

각자의 영역에서 피해 주는 것 없이 잘 살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