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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내자 Mar 02. 2023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들

은유 "다가오는 말들"



은유작가의 책은 인생을 잘 살기 위해 갖춰야 할 인간의 마음가짐이나 정신, 덕목 등을 생각하게 해준다.

<글쓰기의 최전선>이 그랬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쓰기의 말들>이 그랬다.

글쓰기 책에 왜 이런 내용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결국 글쓰기가 그런 행위들의 집합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내 삶이 타인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글을 쓰려면 나를 잘 알아야 하고, 타인에게도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우물안의 개구리 같은 삶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접속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고를 해보는 것 등.




이런 생각들이 이 책에도 이어진다.


<다가오는 말들>




내 가치관과 관점, 편견을 돌아보게 하고 그렇게 나와 타인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 책이다.


프란츠 카프카가 말한 "책이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얼어붙어 있는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한다"는 말이 이런 뜻이라는 걸 알게 해줬다면 거창할까.


"삶을 담아낼 어휘는 항상 모자라고 삶은 언제나 말보다 크다"


내가 겪은 불합리하고 납득되지 않는 수많은 일들을 담아낼 언어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된 순간, 가슴속에 휘몰아치던 답답함이 해소됨과 동시에 짜릿한 통쾌함 마저 느껴졌다.


늘 '내가 모자라서, 내 배움이 부족해서, 내가 잘못해서, 내가 뭘 몰라서, 나는 여자니까, 엄마니까, 너는 아직 어리잖아, 세상이 원래 그래, 직장이란 곳이 그런 곳이야'라며 자책하고 판단하고 체념했던 마음이, 사실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와 현실'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가지 고정관념이 뿌리깊이 박힌 한국 사회의 "원래 그런거야"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내 상태를 직시할 수 있게 된 것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변화한 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예를 들면, 가게에 진한 담배 냄새를 풍기며 들어온 청소년들을 보며 예전 같았음 '뭐가 될라고 벌써부터 까져서리...' 이렇게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이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걸까?'하는 물음이 생기고, 가게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 엄마아빠 뭐하나 싶어 한숨 쉬며 쳐다보곤 했는데 이제는 가사 노동과 육아 노동에 지친 엄마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거다. 그래서 지나치게 죄송해하며 몸둘 바 몰라하는 엄마들에게 괜찮다고, 편하게 식사하고 가시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조금은 생겼다고나 할까.


사회적 약자들이 낼 수 있는 언어가 없다고 한다. 이 세상이 약자들을 위한 곳이 아니니까. 언제나 지배층에 있는 사람들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그들의 목소리와 언어는 들을수가 없는 것이다.


그동안 내 답답함을 설명할 언어가 부족해서 늘 위축되고 주눅이 들었었다는 걸 알고나니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동시에 내 언어를 만들고 싶다, 찾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간절히.


나만의 언어를 가져야 하는 이유는 결국 잘 살자고 하는 것이다.

나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잘 살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써보는 것.


생존의 문제다. 글쓰기부터 타로점까지 배움의 자리에 여자가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언어가 절실하다는 증거다. 그 배움의 종착역은 '디폴트맨 자리'의 탈환보다는 제거가 됐으면 좋겠다. 남자들도 "언제나 옳아야 하고 책임지는 일을 해야 하는 데서 오는 심장병을 유발하는 스트레스를 떨쳐내"고 "자기를 잘 드러내고 감정을 잘 인식하여 좋은 인간관계를 누리"는 복락을 누려야 하니까.
은유 "다가오는 말들" p.263


내가 올 한 해 지향하고 싶은 길이다.




덧붙임


은유작가의 유려한 문체를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태어나면서부터 여성은 침묵하는 법을 익히고 남성은 감정을 도려내는 법을 배운다. 그렇게 가부장제는 인간 본성을 왜곡시키고 그 하자와 결함을 체화한 젠더 역할 수행을 윤활유 삼아 굴러간다. 말하기를 익히지 못한 여성이 공감을 배우지 못한 남성과 동료시민으로 살아가자니 여기저기서 삐걱거리고, 맞추어 살자니 공부가 끝이 없다.
은유 "다가오는 말들" p.53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을까? 이 부분 읽고 한참을 눈을 떼지 못했다.

놀라운 건 이런 문장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내가 쓰지 않는 어휘와 문장을 쓸 수 있는 필력이 어마어마하다.

은유작가의 글쓰기 정신과 필력과 통찰력을 모조리 흡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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