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자리는 거들 뿐
저녁 식사 후 가족들과 걸었다.
입춘이 지나서인지 많이 춥지 않은 날씨라 아이들과 걷기에 딱 좋았다.
어떤 의사가 걷는 것은 운동이 아니라고 말하던데, 움직이지 않던 사람에겐 이것도 운동이 된다.
적어도 밥을 먹고 소화는 시킬 수 있으니까.
네 명이 똑같이 만보 달성을 위해 어플을 켜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걷는 길.
약간의 힘든 코스로 산 보다는 낮고 주택가 보단 조금 높은 언덕으로 향했다.
가로등 불빛과 자동차 라이트가 점점 뜸해지고 불규칙한 나뭇가지들이 여기저기 뻗어있는 곳.
속도를 내어 올라가다가 터질 것 같은 심장 때문에 잠시 멈추고 하늘을 보며 숨을 골랐다.
구름인지 입김인지 모를 연기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천천히 사라지고 난 뒤, 내 눈 앞에 보였던 것은 반짝이는 별이었다.
"우와!"
내 탄식에 아이들도 동시에 고개를 올린다.
"우와!"
그렇게 둘러보다가 익숙한 뭔가가 눈에 띄어 자세히 보니 별자리였다.
처음엔 뭔지도 모르고 일단 아는 별자리를 외쳤다.
"북두칠성이다!!!!"
그러자 딸이 말한다. "엄마! 저거 북두칠성 아니야. 모양이 달라."
머쓱해진 나는 얼른 휴대폰으로 별자리를 검색했고 내 머리 위에 있는 저 별자리는 '오리온자리'라는 걸 알았다.
아이들도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늘을 보고 서로 찍은 사진들을 비교해보면서 흘린 땀을 식혔다.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과 이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했다.
남편에게 어렸을 땐 하늘만 올려다봐도 별이 넘쳤는데 지금은 안 보인다고 했더니 옆에서 듣고 있던 아들이 "도시의 불빛 때문에 안보이는거야."라고 야무지게 말해서 감성이 조금 깨지긴 했지만 그것마저도 좋았다.
우리 가족이 공유할 수 있는 작은 시간이라서.
이 시간동안 나눈 대화와 서로의 모습과 함께 걸었던 길들이 우리의 추억이 될테니까.
'아들 네가 그때 엄마의 감성을 와장창 깼는데 기억나?'
'내가 뭐라고 했는데?' 라고 이어지는 대화들.
그리고 서로의 표정. 커진 눈, 놀리는 입술, 마주보며 함께 회상하는 얼굴.
시간이 지나 서로의 기억에 약간의 흐트러짐이 생겨 누구 말이 맞는지 티격태격 할수도 있겠지만 그것마저도 우리를 순식간에 그자리로 데리고 갈거야.
오늘 밤...
이렇게 또 하나의 사랑이 별자리처럼 내 가슴에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