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 이선경(그냥)
평소처럼 눈이 떠진다.
마른침을 삼키려는데 목구멍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따뜻한 물이라도 마셔야겠다 싶어 몸을 일으키는데, 온몸에 저릿한 통증이 밀려온다. 일어나려다 다시 주저앉아 몸을 추스려본다.
창밖을 보니 비는 그친 듯하다. 이틀 내내 내린 비 때문에 산책을 못 간 살구를 바라본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어느새 눈치 빠른 살구가 내 앞에 와 앉아 나를 재촉한다. 잠시 내적 갈등… 결국 일어나기로 한다.
오늘은 그림책 -너의 숲으로- 를 읽는다. 내가 사는 곳도 높고 낮은 건물들로 빼곡한 숲 같은 도시다. 창문을 열면 바로 옆 베란다가 보이고, 주방도 엿보인다. 목소리를 조금만 키워도 우리 동네 모두가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거리. 그래서 나는 언젠가 도시를 벗어난 곳에 살기로 마음먹었다.
무거운 몸을 질질 끌며 살구와 함께 집을 나선다. 최근 자주 찾는 근처 근린공원, 촉촉한 산길은 빗물 덕분에 더 폭신하다. 젖은 흙과 나무, 떨어진 잎사귀에서 풍겨오는 숲의 냄새.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온몸으로 그 향을 받아들인다. 오늘따라 살구는 유난히 신이 나서 나를 계속 재촉한다.
“어서 가자, 산책하자!”
그렇게 걷다 보니 자연이 주는 치유의 기운이 조금씩 조금씩 내게 스며든다. 무겁던 마음도, 몸도,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
오늘은 여기 숲 말고 너의 숲으로
빼곡한 도시의 풍경 속에서도 누릴 수 있는 자연이 있다는것에 참 감사하다. 오늘은 숲이 주는 자연의 향, 오늘을 기억할 그림책 한 권과 살구 덕분에 도시 속에서도 내 안에 작은 숲 하나가 생긴 듯하다.
오늘은 아프다는 핑계로 누워있지 않고, 산책을 하고 자연을 느끼며 감사할 수 있었던 나를 사랑한다.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을 느끼며, 나도 자연을 사랑하고 더 아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한다.
2025년 5월 11일 일요일 오늘
이선경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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