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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미곰미 Sep 19. 2023

한 여름에 온천여행이라....

시카모어온천에 가다

주말이면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 가는 걸 좋아한다. 가능하면 집에서 1,2시간 떨어진 곳으로 가서 캠핑을 하기도 하며 한 주간 열심히 살았던 것에 대한 선물을 주거나 적당한 보상을 주려한다.

지난주에는 남편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면 요즘 손도 붓고 어깨도 아프기도 한 나를 위해 

온천을 가자고 했다.

흠.... 캘리포니아의 여름에 온천이라....

그도 그럴 것이 햇살 따가운  8월이었고 유별나게 화씨 100가 넘는 더위가 요 며칠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썩 내키진 않았지만 나도 이젠 몸이 불편한 게 더 싫은 나이인지라 그냥 별말 없이 가기로 했다.


평소에 여행 계획이나 캠핑지를 열심히 찾아서 예약하는 건 내 몫이다.

그런데 이번엔 갈 곳에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되어있는지, 가서 뭘 해야 하는지도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냥 남편에게 맡기고 금요일 오전 일이 끝나는 대로 오후에 출발하기로 했다.

집에서 시카모어까지는 약 5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가는 길은 우리가 자주 드라이브로 가는 3시간 거리의  솔뱅을 지나서도 한 시간 이상의 거리를 더 가야만 하는 곳이었지만 자주 다닌 곳이라 부담 없이 출발했다.

가는 길 곳곳마다 예쁜 풍경이 많아서 피곤하거나 지겹지 않게 갈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웅장하고 화려한 장관뿐만 아니라  아주 소소한 풍경을 보면서도  함께 감탄사를 연발하는 때가 많은데 그 코드가 잘 맞아서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자주 얘기하곤 한다.

그래서 함께 드라이브할 때아주 사소한 장면도 서로 보라며 얘기해 주고 함께 감탄하며 즐거워하니 긴 거리 운전도 어려워하지 않는 듯하다. 심지어는 몇 번씩 갔던 길을 갈 때조차도 계절에 따라 바뀌는 풍경뿐 아니라 그날의 날씨와 햇살에 따라 달라지는 것에서도 감탄할 거리를 찾아 감탄사를 연발하기 바쁘다.




가는 길에 차 충전도하고 충전하는 동안 마트에서 간식거리도 사서 가니라 도착했을 때는 거의 8시쯤이었다.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한 걸 보니 여름인데도 손님이 많은듯했다.

여름에 웬 온천?이라고 생각한 내 생각을 비웃 기라도 하듯  도착해서 맞은 밤공기가 제법 쌀쌀해서 놀랐다.

호텔에 딸려있는 레스토랑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늦은 시간이라 식사가 가능할까 걱정하며 들어갔는데 비어있는 테이블로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직원들도 친절했고 음식도 아주 맛있었다.

호텔방으로 돌아와서 발코니에 딸려있는 욕조에 온천물을 가득 받았다. 발코니 앞쪽은 산이 가로막고 있었고 지붕 없이 노천탕으로 온천을 즐길 수 있도록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준비해 간 수영복을 입고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아픈 몸도 치료되는 듯했고  먼 길 달려온 고단함도  녹여주는 듯했다. 거기다 많지는 않았지만 밤하늘의 별도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온천을 즐기고 기분 좋게 오랜만에 꿀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호텔 주변을 산책했다. 

호텔과 이어진 철교 구름다리를 지나니 멋진 산책길이 길게 이어져있었다.

철교밑 도로에는 아침 일찍부터 차들의 긴 행렬이 이어져있었다. 

주변에 주말이라 마켓이 열리나 보다 하고 얘기했지만 확실한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오며 가며 마주치는 사람들과 기분 좋은 미소로 아침인사를 하고 여기저기 멋진 나무도 사진 찍으며 

아침 산책시간을 여유롭게 즐겼다.

산책하던 중에  작은 레스토랑을 발견한 우리는 거기서 브런치를 먹었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소품도 함께 파는 레스토랑에 동네 주민인듯한 사람들과 우리처럼 여행 온듯한 가족들이 곳곳에서 담소를 나누며 토요일 아침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정겹고 평화로운 아침풍경이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호텔 주변을 구경하고 계신 한국 어르신들을 만났다.

넉살 좋은 남편이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니 무척 반가워하셨다. 

어디에서 왔는지 여쭈어보셔서 엘에이근교에서 왔다 하니 옆에 따님 되시는 분이 우린 여기에 사는데 부모님은 한국에서 오셨다고 얘기해 주셨다. 좋은 여행되시라며  짧지만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눴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마주친  어르신이 반가워해 주시며  나누는 정다운 인사에 맘이 포근해졌다.


남편이 깜짝 선물로 준비해 준 1박 2일의 여행이 가져다준  힐링이 내 맘에 고스란히 담겨 

행복바이러스로 퍼진다.

고마움과 함께 충전된 에너지가  건강한 으로 내게 주어진 삶을 씩씩하게 살아내게 할 힘을 준다.


방전되기 전에 또  충전하러 오자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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