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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미곰미 Sep 24. 2023

오늘도 공항에 갑니다.

상처에 바르는 약이라...


어디 좋은데 여행 가냐고요?

아뇨 우리 집 곰 잡으러 갑니다.


남편은 출장이 잦습니다.

3개월에 한 번씩은 한국을 가고 한국에서 캄보디아 일본등 가까운 곳을 방문하고 일을 보고 옵니다. 그리고 3개월의 중간중간에는  타주로 출장을 짧게는 3-4일 길게는 일주일씩 다녀옵니다.


한국에 있을 땐 경기도 동쪽 남양주에서 인천공항까지 적어도 3개월에 한 번씩은 꼭 갔었습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지금은 엘에이공항을 3개월에 한 번씩 게다가  요즈음은 한 달에 한 번은 꼭 오고 있는 셈입니다


남편을 태우기 위해 차를 세우고 기다리는데  앞에 있는 차에서 내린 남자가 여자친구인지 아내인지 모르지만  기다리고 있던 스튜어디스를 만나 반가움의 허그와  입맞춤을 합니다.

 

사람을 반기고 환영하는 제스처는 보는 사람까지도 행복하게 해 줍니다.

기다리는 설렘과 만남의 기쁨이 얼굴 가득 담길 때 그 행복 바이러스가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져 미소 짓게 됩니다.




남편은 유독 자신을 환영해 주는 것에 민감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때 집에 들어가면 아무도 없는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서일 겁니다.


남편에겐  아침 일찍 장사하러 가셔서 늦게 귀가하시는 부모님과  군에 간 형님, 공부하러 서울로 간 큰누나. 운동선수로 기숙사 생활을 했던 작은  작은누나가 있었습니다만 집에 들어올 때 반겨줄 사람은 없었습니다.


해서 온종일 친구들과 뒤동산을 헤매며 놀다가 집에 들어오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그 꼬마가 얼마나 쓸쓸했을까요?


그런 남편을 위해서 난 오늘도 공항으로 마중을 갑니다.

간편하게 택시를 불러 집까지 오게 할 수도 있지만 난 직접 공항으로 마중을 가는 편을 선택합니다.


사실 집에서  공항을 가기 위해 프리웨이를 타고  족히 한 시간은  열심히 달려가야 합니다.

때로는 꽉 막힌 길로 인해 초조함도 감내해야 합니다.  비행기가 연착되거나하면 차에서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오늘도 비행기가 연착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차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는데 교통정리를 하는  키가 큰 흑인 한 분이 오랫동안 정차해 있는 내 차를 확인하고는 다가왔습니다.

움직여야 한다고... 어쩌라는 건지 난감해하니 계속 돌아라고합니다.  알았다고 하고 남편이 내리는 항공사 비행기가 멈추는 곳을 벗어나서 공항을 한 바퀴 돌고 그것도 모자라 다른 항공사 도착지점 앞에서 10분 정도를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남편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또 원래의 자리로 가서  태우고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난 오늘도 직접 공항으로 마중을 갑니다.

그리고 수고하고 애쓴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온몸으로 환영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남편의 마음 한구석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바르는 약이라 생각합니다.

그 꼬마 아이의 허전함과 쓸쓸함이 따뜻함으로 잘 채워져 가길 바라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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