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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미곰미 Sep 12. 2023

미국에서 캠린이로 거듭나다

중년에 시작된 새로운 취미생활

시기는 바야흐로 3년 전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갔다. 코로나로 인해  잃어버린 3년. 왜 이런 느낌이 들까?  

그 사이에 아무것도 안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 것도 아닌데

왠지 시간을 잃어버린 거 같은지 모르겠다. 주도적으로 시간을 채워가지 못해서 드는 느낌인 걸까??

어쨌든 이 시간에 우리 부부에겐  새로운 취미 생활이 시작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전체에 내려진 팬더믹선언으로 2020년 3월 19일에 사업장 문을 강제로 닫아야만 했고 직원들도 강제 휴가(?) 겸 실업의 상태가 되었다.  

처음 일주일은 불안하면서도 이렇게 쉴 수 있는 게 좋기도 했다. 하지만 집에 머물러 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집에 갇혀있는 게 서서히 지겨워질 때쯤 우린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다니기 시작했다.


마침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아서 기름 값도 싸고, 차에 머무는 건  그다지 위험스럽지 않을 듯하여   검색만 해두고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주변의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드라이브를 했다.


그렇게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고 어쩔 수 없는 이 상황이 가져다준 선물이 오히려 고맙기까지 했다.

지쳐있었구나 쉬고 싶었구나 하며 나의 마음도 알아차려주는 힐링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미국에 처음 여행 왔을 때 갔던 왕복 6시간 거리의 아름다운 마을을 방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라는 1번 퍼시픽 해안 도로를 따라 몇 시간을 달리기도 여러 번 하고

어느 날은 단풍길이 멋있다는 도로를   왕복 4시간씩 달려갔다 오기도 했다.


반복되는 드라이브가 살짝 지겨워지기도 하고 뭔가 아쉬움을 느낄 때쯤 그렇게 잠시 바라보고 돌아오는 시간을 좀 더 길게 오롯이 누리고 싶어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캠핑 유튜브를 보고선  드라이브 간 김에 거기서 하루정도 캠핑도 하고 오면 좋겠다 싶어 그러기로 했다.


먼저... 첫 캠핑장은 집에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고  전에도 한두 번 당일 코스로  다녀오면서  더 머무르지 못해 아쉬워했던  죠슈아트리 국립공원 안에  있는 캠핑장 중 한 곳에 가기로 했다.

이곳에서  밤새 별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 죠슈아트리 국립공원은 별 보는 관광으로도 많이들 방문하는 곳이다)라는 부푼 기대와 함께 첫 캠핑을 갔다.


 몇 년 전에 사놓고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던 텐트를 챙기고, 텐트 안에 깔기 위해 돗자리도 챙기고, 가는 길에  조금의 간식거리를 사고 캠핑의 꽃이라고 하는  불멍을 즐기기 위해 장작나무도 마트에서 사고..... 그렇게 어설픈 우리의 첫 캠핑이 시작이었다.


캘리포니아는 사막기후라 낮에는 더워도 밤이면 여름이라도 공기가  싸늘해지는데.... 웬걸  8월에 죠슈아트리 국립공원은 밤에도 더웠다. 그런 곳에서 불멍을 하겠다고 장작을 사서 갔으니.....


도구를 잘 다루지 못하는 걸 감안해서 30초면 설치할 수 있다는 초간단 텐트를 샀었는데  연결되어 있는 다리를 쭉쭉 잡아당기기만 해도 설치가 되는, 누워서도 하늘이 보이는 텐트를 칠 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집에 있는 걸 대충 챙겨가다 보니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매트 때문에 바닥은 딱딱했고 더운 날씨와 맞지 않는 침낭도 편안함을 주진 못했다.

어떤 녀석의 짓인진 모르지만 아침에 눈 떠보니  텐트에 그물로 된 부분이 두 군데나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고, 저녁을 먹고 테이블 위에 둔 과일은 아마도 코요테가 건드리고 갔는지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밤새 짐승들이 우리 옆에서 설치는 줄도 모르고 잠을 잤다는 시실이 신기하고 살짝 무섭기도 했다.

새벽이면 시원할 거라 기대했지만 바닥에서 올라오는 지열이 식어갈 때쯤에 다시  해가 떠올라 데워질 분위기였다. 그래서 더워지기 전에  정리해야겠다 싶어 서둘러  텐트를 정리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억하는 첫 캠핑은 저녁이 되어도 쉽게 식지 않는 열기 속에서 땀을 흘리며 먹은 라면도 맛있었고 하늘의 별은 예뻤고 불멍은 아름다웠다.  


그 시간이 마냥  새롭고 좋았다.

우린 찐 중년에 이제 캠핑을 배워가는 그야말로 초보 캠린이 그 자체였다.


이렇게 찐 중년이 되고  새롭게 하나의 닉네임을 꼬리표처럼 붙여가는 재미가 쏠쏠하기에 앞으로도 계속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소확행 거리를 찾고 그 시간을 오롯이 누리며 채워가려 한다.

행복이 별 건가 이 어설픈 순간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작은 도전도 추억으로 쌓아가면 되는 것을....

 

나는 그렇게 찐 중년( 50대)에 캠린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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