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가을비를 그리워하며우중캠핑 유튜브를 보고 또 봤다.
빗소리가 좋고 젊은 여자혼자 텐트를 척척 쳐내는 모습도 너무 신기했다.
혼자 소꿉놀이하듯 좋아하는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서 먹는 모습도 보기가 좋았다.
보다가 보니 다른 것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특히 그 용기가 부럽기도 했다.
한국이라 저게 가능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잘 정돈된 테크가 있는 캠핑장은 왠지 더 안전할 거 같았고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같은 동족이 주는 말소리도 안정감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소심함이라면..... 아무리 한국이었다고 하더라도 엄두를 내지 못했을 거고
여전히 잘 정돈된 캠핑장이 내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로 느껴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난 한국에서도 여기서도 그냥 용기 없어 못하는 사람이 되는 거였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오기가 생겼다.
왜 난 못한다고 포기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고 그것에 대한 마땅한 답이 없었다.
시간이 있었고 정보가 있었고 자유가 있었고 무엇보다 열망이 있었다.
날 말리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고로...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는 거였다. 해서… 포기하고 부러워만 하기보단 실행을 하기로 했다.
지금 남편이 스페인 가고 없으니 이때에 꼭 나도 나만의 휴가를 가지고 싶었다. 아니 단순한 휴가가 아닌 내 인생의 멋진 에피소드 하나쯤은 가지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토록 싫어하는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열기가 10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것에 견딜 수가 없었고 난 좀 더 선선한 자연공기가 필요했다.
캠핑 사이트 예약하는 건 지난 코로나 기간을 지나면서 캠린이가 된 이후로 줄곳 내가 하던 일이니 어렵지 않았다. 다만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곳에 자리가 있는지가 문제였다.
주말밖에 시간을 낼 수 없기도 하고 주중에 갈 수 있다 하더라도 주중에는 캠핑장에 사람이 많지 않으니 이왕이면 사람이 좀 많은 주말에 도전을 하기로 했다.
물론 내가 원하는 캠핑장은 몇 달 전부터 주말 예약은 다 차는 곳이라 자리가 있을 리 만무하다.
하나 이 또한 기다리는 자에게 기회가오기마련이다.
계속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캔슬 나는 자리가 있으면 예약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틀 전에 겨우 얻은 자리 하나!!
남편 없이 혼자 하는 캠핑이니 차박이 좀 더 안전할 것 같아 차박용 텐트도 구입했었다.
혼자 피칭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수많은 유튜버 미녀들이 거뜬히 쳐내는 걸 열심히 봐뒀으니, 갱년기 증세로 인해 안 아픈 곳이 없고 튼튼하진 않지만 중년 아줌마 파워와 짠 밥으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집에서 출발해서 꼬박 2시간을 달렸다.
토요일이라 차가 많이 밀렸다.
도착한 캠핑장은 전에 남편과 한번 갔던 곳이고 기회가 생기면 꼭 다시 가고 싶어 했던 곳이다.
역시 다시 가도 너무 좋았다. 캠핑장 바로 앞에 펼쳐져있는 산새가 너무 멋있었다.
스타워즈 촬영지였다는 얘길 들었던 기억이 난다. 주위에는 온통 아이들 데리고 나온 가족 캠핑족이 가득했다. 특히 내 사이트 주위는 다 그랬다.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새로 산 텐트를 혼자서 피칭했다.
이전에 했던 30초 만에 설치가능한 텐트가 아니라 폴대를 연결해서 슬리브에 끼우고 텐트와 연결해서 세우면 되는 거였다. 유튜브를 보면서 그렇게 하는 게 너무 멋있어 보였고 착착 연결되는 소리도 좋아서 해보고 싶었던 거였다.
근데 웬걸 연결해서 슬리브에 끼우긴 했는데 텐트와 연결해 세우려니 힘이 달려서 할 수가 없었다. 난감했다. 아...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하는데 가까이 서있는 나무 한그루가 보였다. 나무를 이용해 반대편 폴대를 지지하고 힘껏 밀었더니 반대편 텐트고리에 끼울 수 있었고 텐트 모양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또 하나의 산을 넘는 쾌감을 누렸다. 우하하.. 야호!!
텐트를 차와 연결하고 트렁크를 열어두니 짐을 바로 빼기도 좋았다.
그렇게 나만을 위한 공간이 세워졌다.
완성하고 보니 옆사이트의 가족도, 산책하며 지나가던 사람들도 텐트가 멋지다고 하며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처음 혼자 피칭한 차박텐트와 혼자 오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 가져간 의자 두개 !!
아이들이 자전거 타는 모습도 이쁘고 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도 좋았다.
한껏 들떠서 나의 공간을 요리조리 정리하고 있는데 앞에서 놀던 아이들이 찬 공이 내 텐트 앞으로 굴러왔다. 아이가 내 영역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망설이길래 괜찮다고 하니 sorry~~ 하며 아주 조심스럽게 공을 가져갔다.
그 모습마저 나를 행복하게 했다. you make me happy라고 소리 내어 얘기하고 싶었다.
준비해 간 간단한 먹거리로 저녁도 해 먹었다. 스테이크도 굽고 버섯도 굽고 간단한 샐러드를 곁들여 맛있게 먹고 장작불도 피워서 불멍도 했다. 쌀쌀한 밤공기와 따뜻한 장작불, 주위에 도란도란 들려오는 얘기소리와 아이들의 생기 있는 웃음소리, 거기다 밤하늘의 별까지.....
발리가 부럽지 않은 나만의 가을밤이었다(발리 가본 적 없음:)
10시가 되니 정말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나도 화장실에 다녀온 후 텐트 안으로들어갔다. 가져간 노트북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데 나를 감싸고 있는 밤공기의 쌀쌀함이 너무 좋았다. 밤이 깊어지니 담요를 두르고도 으슬으슬해져서 차 안으로 들어갔다. 뒷자리를 접어서 트렁크와 연결해 만든 공간에 매트와 침낭을 깔고 담요도 펼쳐두었고, 주문한 창문커버가 도착하지 않아서가지고 있는 이런저런 종류의 커버할것들(매트가방과 검은 비닐봉지등)을 이용해서 창문을 다 커버해 두었다.
노란 불빛의 랜턴을 켜놓은 차 안이 주는 아늑함이 평온했다.
고요함속에 내 심장 소리가 머리로 전달되어 울렸고 차가운 밤공기가 나를더욱 설레게 했다.
아이처럼 좋아하는 내 모습을 봤다면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쉽게 느껴졌을 것이다.
스페인에 있는 남편과 영상통화를 하며 이실직고하니 멋있다고 해줬다.
걱정할 것 같아 미리얘기하지 않았는데 놀라면서도 오히려 잘했다고 하니 기분이 더 좋았다.
남편은 그런 존재였다.
결혼하기 전 난 안 되는 게 많은 사람이었고 남편은 뭐든 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안될 게 없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그 긍정적인 생각들이 생소하지만 신기하고 좋았고 사는 동안에는 조심스러운 나와 달리 너무 준비성 없이 닥치는 대로 하는 것처럼 느껴져 힘들어할 때도 있었지만 남편의 이런 도전 정신과 긍정적인 마인드는 항상 우리를 움직이게 했고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편이 출장을 가면 대학교 기숙사에 있던 딸이 집으로 와서 함께 지냈다.
혼자서 잠도 잘 못 자던 나는 이제 혼자 용감하게 차박도 할 수 있는 중년의 아줌마가 되었다.
어느새 남편의 긍정마인드의 영향이 내게도 스며든 탓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나이가 들수록 독립심을 키워가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차였다.
그래야지 좀 더 건강한 노년을 준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을 더 누리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더 건강한 나와 내 삶이 되도록 도전하는 나에게 박수도 보내주고 머리도 쓰다듬어주며 여느때보다 아늑하고 편안한 잠자리를 가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