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투자로 5년은 젊어집니다
<사진출처: 타나카 타츠야 인스타그램>
두 달에 한번 주기적으로 마주하는 모습
언제부터인지 머릿결과 머리숱은 건강과 젊음의 상징이 되어버린 거 같다. 피부만큼 신경 써줘야 한다.
40대 중년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희끗희끗 흰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은 새치인가? 흰머리인가?
‘뿌리염색은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뤄라, 한번 시작하면 계속해야 한다.'라는 언니들의 조언을 귀담아들었는데,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알고 싶지 않아도 잊고 있던 나이를 실감하게 된다. 때 되면 어김없이 '염색하세요'라고 야속하게도 정확하게 알려준다.
자연스러운 갈색 머리카락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복인건지 중학교 때 과산화수소로 머리 감을 일은 없었다. (그 당시 유행했던 염색방법 중 하나였다.)
20대 때도 염색의 필요성을 못 느꼈었던 터라 그런 내가 첫 뿌리염색을 하던 그때의 내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크림제형의 염색약을 펴 발라 머리카락을 두피에 쫙~딱 붙여놓고 귀에는 투명비닐을 씌어놨는데 흠칫 놀랐었던 기억이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정말 과간이었다. 목은 짧고, 얼굴은 또 왜 이리 커 보이는 것인지. 골룸인가? 오징어인가? 내 인생에서 가장 못생겨 보인 순간이었다. 송혜교, 전지현 씨 도 뿌염(뿌리염색)을 하려나? 비슷한 나이인데...(나이만) 머리카락을 두피에 붙여놔도 이쁘겠지?
그 후 며칠 뒤 운전을 하며 컬투쇼를 듣는데, ‘내가 가장 못생겨 보이는 순간’을 문자로 사연을 보내달라고 했다. 단박에 그때의 거울 속 내 모습이 떠올라 혼자 너무 웃겨서 처음으로 라디오에 문자메시지라는 걸 보내봤다. 사연이 소개되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머리 위에 흰 눈이 소복이 내린 듯 여기저기 히끗해지면 '뿌리염색 할 때 가 됐구나, 벌써? 시간 참 빠르다'라고 느끼며 못생긴 모습을 또 확인하러 간다. 1시간 후 미용실에서 나올 땐 5살은 어려지고 젊어진 거 같아 기분이 좋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가운을 두른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여전히 똑바로 쳐다보기 싫을 정도로 못생겨 보였다. 젊은 여직원분도 날 보며 ‘참 못생겼네’라고 생각하려나? 나 혼자 의심의 눈초리로 힐끗거린다. 그 마음이 들킬세라 더 당당하게 보이고 싶어서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백발이 너무 잘 어울리는 어르신들을 보면 나도 나중에는 염색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살아봐야지 하는 생각도 가끔 해 본다. 사진 속 배우 문숙 님의 백발에는 자신감이 보인다.
거울을 보니 곧 미용실 갈 때가 되었다.
또 못생긴 나 보고 젊어지고 와야지!
* 2024년 4월 30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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